급류에 잠긴 승용차 지붕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소년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주민이 던진 구조의 밧줄을 잡았다. 하지만 침착했다. 지금 잡은 밧줄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린 동생에게 밧줄을 양보하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에 동생에게 밧줄을 넘겼다. 동생이 무사히 건너는 것을 지켜보며 엄마와 함께 다음 밧줄을 기다렸으나 갑작스럽게 밀려온 급류는 승용차를 덮쳤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사상 최악의 폭우가 내린 호주 퀸즐랜드 중서부 도시 투움바의 10대 소년이 급류 속에서 동생을 먼저 구하고 자신은 숨진 사실이 알려져 호주 전역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인 조던 라이스(13ㆍ사진)군은 10일 오후(현지 시간) 엄마 도나(43)와 동생 블레이크(10)와 함께 승용차에 타고 있다가 기습폭우를 만났고, 도로에 갑자기 물이 불어나면서 차가 물에 잠겨버렸다. 가족은 차 지붕으로 겨우 빠져 나와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다.
다행이 이를 목격한 주민 워런 매커린씨는 밧줄을 차로 던졌고, 몇 차례의 시도 끝에 조던은 밧줄을 잡을 수 있었다. 마침 이 곳을 지나던 주민들이 합세, 급류를 헤치고 밧줄과 사투를 벌이던 블레이크를 끌어당겨 구조에 성공했다. 하지만 형 조던과 엄마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매커린씨는 "라이스 가족이 탄 차가 처음에는 번호판까지만 물에 잠긴 것을 봤으나, 밧줄을 가지고 돌아온 순간 지붕만 남기고 급류에 휘말리기 시작했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밧줄을 좀더 일찍 던져주고 싶었으나 급류가 워낙 거세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며 "가까스로 차량에 다가가 조던에게 밧줄을 던졌지만 조던은 동생에게 밧줄을 넘긴 뒤 '동생을 먼저 구조해달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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