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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구제역 재앙, 반성과 책임을" 한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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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구제역 재앙, 반성과 책임을" 한목청

입력
2011.01.1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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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시작된 구제역으로 지금까지 소와 돼지 130만마리 이상이 살처분됐다. 전염 속도가 워낙 빨라서 확산을 막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산 짐승까지 생매장하는 살풍경은 생지옥이 따로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발생해 닭과 오리도 같은 방식으로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이 끔찍한 학살극을 지켜보던 종교인들이 희생된 동물들을 애도하며 인간의 책임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교회들은 금식기도로 회개하고, 절들은 살처분된 짐승들의 극락왕생을 비는 천도재를 올린다. 구제역에 대응하는 종교인의 자세를 묻는 토론회도 열린다.

살생 금지를 첫 번째 계율로 지키는 불교계가 앞장섰다. 한국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사찰들의 구제역 관련 천도재는 12월 30일 경기 가평군 백련사가 시작해 새해 들어 4일 강원 평창군 월정사, 6일 서울 봉은사로 이어졌다. 서울 도선사 주지 선묵혜자 스님이 이끄는 108산사순례기도회는 13일 도선사에서 천도재를 올렸다. 매달 한 차례 사찰 한 곳을 찾아가는 모임이다. 당초 경기 안성시 칠장사에서 천도재를 올리려고 했으나 이곳마저 구제역이 발생해 출입이 막히자 도선사로 옮겼다.

개별 사찰이 아닌 종단 차원의 천도재는 조계종 본산인 서울 조계사에서 19일 오후 2시 열린다. 구제역이 빨리 끝나기를 빌고, 피해 축산농민과 살처분 작업에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방역 종사자들을 위로하고, 불쌍하게 죽은 짐승들을 천도하는 자리다.

개신교 교회들은 금식기도에 나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 이광선 목사)는 16일을 금식 주일로 선포하고 금식 헌금을 모아 피해 축산농민과 방역 종사자들을 위문하기로 했다. 이 목사는 “구제역 창궐은 인류의 무절제한 탐욕과 무자비한 환경 파괴, 창조 질서에 역행하는 죄악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이자 진노”라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이하 예장) 통합도 17~22일을 구제역 금식기도 주간으로 정하고, 23일 전국의 소속 교회마다 특별예배를 올린다. 이에 앞서 한국교회희망봉사단(대표 김삼환 목사)이 9일 저녁 서울 명일동의 명성교회에서 연 구제역 관련 특별기도회에는 구세군, 예장합동, 예장백석, 감리교 등 여러 교단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종교계가 마련한 토론회는 동물을 학대하는 공장식 대량 사육과 인간의 무분별한 육식 문화가 구제역을 불렀다는 반성에서 출발해 종교인의 역할과 실천 방안을 모색한다. ‘개혁을 위한 종교 NGO 네트워크’는 17일 오후 2시 서울 장충동의 만해NGO교육센터에서 ‘반생명적 축산 정책 종식을 기원하는 범종교인 긴급 토론회’를 연다. 국내 4대 종교인 불교,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지도자와 신도들이 함께한다. 경제학자, 수의과학자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구제역 발생 지역의 모든 가축을 살처분해 축산청정국가 지위를 유지해야 수출이 가능한 현 세계무역 체제의 문제점, 가축 전염병이 돌 때마다 되풀이되는 살처분과 생매장의 문제점도 짚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구제역에 대한 한국 교회의 대응’이라는 이름으로 13일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연 토론회는 이번 구제역 사태를 축산 정책, 환경 문제와 연결해서 다뤘다.이 자리에서 김기석(성공회대 교수) 신부는 생매장 살처분에 대해 신학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짐승도 하나님의 귀한 피조물이며, 따라서 존중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김 신부는 “하나님이 당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고, 사람에게 모든 생물을 다스릴 특권을 주었다는 성서 창세기의 말씀은 그들을 함부로 다뤄도 좋다는 뜻이 아니라 인간이 하나님의 피조물들을 돌보는 청지기로 부름받았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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