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월세 대책
정부가 내놓은 전ㆍ월세 대책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민간부문에 초저리자금을 공급해 임대형 소형주택 건설을 촉진하는 것. 국토해양부는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다세대, 다가구, 소형 오피스텔 등 소규모 주택을 짓는 경우, 국민주택 기금에서 연리 2%로 건설자금을 융자해 주기로 했다. 기존 대출금리(4~5%)의 절반, ㎡당 대출 가능액도 47만원에서 80만원으로 늘어난다. 올해 연말까지 1조원의 자금이 책정됐다. 박상우 국토부 토지주택실장은 "1조원 지원시 4만호의 소형 주택을 더 지을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공공 분야에서는 올해 안에 총 13만호의 소형분양ㆍ임대주택이 공급된다. 우선 공공분양 중 소형 평형(주로 60㎡ 이하) 및 임대주택 9만 7,000호에 대해 올해 안에 입주할 수 있도록 공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다가구 매입ㆍ전세임대 주택도 입주자 선정 절차를 앞당겨 2만 6,000호를 조기 공급할 계획. 재개발 지역 주민에게 공급되던 판교 순환용 주택 중 비어 있는 1,300호도 일반인에게 공급된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부문이 보유한 준공후 미분양 주택 2,554호도 전ㆍ월세로 전환된다.
서민 대상 전세자금 대출 규모도 확대된다. 대출 요건에서 '6개월 이상 무주택' 조항이 사라지게 돼, 연소득이 3,000만원 이하이고 소유한 집이 없다면 무주택 기간에 상관없이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전셋값 상승폭 규제는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권력으로 가격을 틀어막으면 전세가 아예 사라지게 되는 등 나중에 독배가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며 "이중 가격이 형성될 우려도 있어, 갈 길은 멀지만 공급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 효과 있을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을 것 같다. 국토해양부는 "담을 수 정책은 다 담았다"고 말하지만, 이런 식의 중장기대책으론 가수요 없이 실수요만으로 움직이는 전세수요에 대처하기엔 대부분 역부족으로 보인다.
우선 공급확대 조치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중장기적으로 중소형 주택공급은 늘어나겠지만, 건축기간만 2~3년이 걸리는 이번 조치는 당장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공급확대가 1,2인 가구 중심의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다세대ㆍ다가구 등에 한정된 것도 한계.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지금 전세난은 1인 가구보다는 교육문제 등으로 이사를 해야 할 3,4인 가족이 원하는 중소형 주택이 부족하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원룸이 아니라 방 2~3개짜리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개발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하지만,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13만가구 주택공급확대 조치만 보더라도 몇 년씩 걸리는 건축기간을 고려하면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세 수요를 매매시장으로 분산시켜줄 대책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 여기에 금리인상까지 발표되면서 집값 하락을 우려한 자발적 전세수요마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주택 구매를 망설여온 수요자들이 금리 인상에 부담을 느껴 매매를 꺼린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전세시장의 불안 심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송파구 신천동 현대공인 관계자는 "한쪽에선 전세대책을 발표하는데 다른 한쪽에선 금리를 올리는 것은 고춧가루를 뿌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정부간 소통도 없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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