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복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방중을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18일 방미를 앞두고 군사교류 단절 등 지난 한해 계속됐던 불협화음을 해소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면에서는 주요2개국(G2)으로 부상하면서 곳곳에서 미국의 이익에 충돌해오는 중국에 보다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음이 분명히 감지된다.
후 주석을 워싱턴에 국빈초청해서 하는 정상회담이지만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넘어가지 않겠냐는 얘기다.
중국의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젠-20'의 시험비행을 둘러싼 신경전에서도 미국은 한치도 밀리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젠-20은 방어용이라고 하자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12일 "최신예 전투기를 포함해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하는 고급 첨단무기들은 매우 분명하게 미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바로 맞받아쳤다. 멀린 합참의장은 "시험비행한 '젠-20'은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A 랩터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방어용 주장을 한마디로 일축한 것이다.
미국의 이 같은 태도에서는 올해가 후 주석으로 대표되는 중국 4세대 지도부의 집권 마지막 해인만큼 정권교체기에 양국 현안을 점검하고 이를 통해 의제의 주도권을 장악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음이 드러난다.
게이츠 장관이 밝힌 북한 핵 및 미사일 능력의 미 본토 위협론에서도 미국의 이 같은 복합적 접근방식이 여지없이 묻어난다. 워싱턴 전문가들은 게이츠 장관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경고한 것은 북한의 무기화 능력 자체를 우려했다기 보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과 책임을 재차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실질적인 위협이라는 것을 전달함으로써 중국이 북한 압박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동북아 정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이는 중국의 안보이익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후 주석과의 면담 한 시간 만에 나온 게이츠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이 북한을 더 이상 동북아에 국한된 위협으로 여기지 않고 있음을 중국에 확신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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