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비단 같은 유방이여/ 당신 때문에 장미는 수치를 느끼네’ 16세기 프랑스 시인 클레망 마로가 쓴 ‘유방 찬가’의 일부다. 여성의 유방을 꽃 중의 꽃인 장미보다 더 어여쁘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영원한 꽃으로 남을 줄 알았던 영화배우 잉그리드 버그만, 영화 ‘그리스’로 유명한 올리비아 뉴튼 존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의 유방암은 연 평균 15%씩 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현실에 처해 있다. 유방암은 대부분 아무런 이유 없이 산발적으로 발병해 여성들을 더욱 긴장하게 한다.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유방암은 그 동안 알려진 대로 고위험 요소(이른 초경ㆍ늦은 폐경, 늦은 임신, 육류 위주 식생활 등 서구식 생활형태를 가진 여성)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모유수유, 과일ㆍ채소 위주의 식습관, 꾸준한 운동 등으로 고위험 요소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30세 이상부터 매월 자가검진을 해야 하고, 40세부터는 2년마다 의사 진찰과 유방촬영술(맘모그라피)을 받아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자가검진을 할 때는 월경이 완전히 끝난 뒤 5일 이후에 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 여성은 월경 전에 유방이 단단해져 촉진(觸診)으로 이상 증상을 발견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촉진할 때는 왼손을 어깨 위로 올린 뒤 오른쪽 가운데 세 손가락의 끝을 모아 유방 바깥에서 시계방향으로 원형을 그리며 유두를 향해 천천히 들어오면서 만지는 방식으로 하면 된다.
이밖에 유방에서 무엇이 만져지거나 좌ㆍ우 유방의 크기가 변했거나, 이상 분비물이 나오거나, 분비물이 나온 쪽이 양쪽인지 한쪽인지, 색깔이 어떤지, 피부가 함몰됐는지, 붓거나 습진이 생겼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통증도 주요 증상이 될 수 있지만 2004년도 유방암학회지에 발표된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의 임상증세를 보면 통증이 없는 경우가 57.6%, 통증이 있는 경우가 7.5%로 조사돼 통증만으로 유방암으로 단정짓는 것은 좋지 않다.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으면(가족성 유방암) 7% 정도 발병할 수 있다. 유방암이 발생한 나이가 낮은 경우, 양 유방에 모두 생겼거나, 난소암ㆍ자궁내막암이 동시에 발생했으면 20대부터 유방암 정기검진을 꼭 받아야 한다.
사회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미국산부인과학회는 13~15세의 청소년도 산부인과 검진을 받도록 권유하고 있다. 이때 유방을 포함한 골반장기에 대한 사춘기 정상발육 정도를 검사하는데, 월경에 관한 문제를 포함해 성교육 등의 상담이 이루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궁경부암에 대한 교육과 세포진검사 등으로 최근 자궁경부암 환자 숫자가 감소하고 있는 것처럼, 20대 때부터 산부인과에서 다른 질환과 함께 유방암 상담과 교육을 받고 검사를 한다면 유방암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박용원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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