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4일 모잠비크공화국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을 단장으로 한 민관합동 아프리카 협력사절단이 구에부자 대통령을 면담하려는 순간 모잠비크 정부 측이 "대표단 5명, 통역 1명, 사진사 1명만 면담할 수 있다"고 한 것.
박 차관, 대사, 담당 국장을 빼면 기업 관계자는 2명만 들어갈 수 있는 상황. 기업 측은 "적어도 3명은 참석해야 한다"며 발을 동동 굴렀고, 박 차관은 "담당 국장이 사진사 대신 사진을 찍고 대신 기업인 1명이 더 들어가자"고 아이디어를 냈다. 면담은 당초 예정 시간보다 2배 이상 길어졌고 기업인들은 매우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다고 흡족해 했다.
박 차관은 11일 지경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해외 출장 때 늘 함께 간 기업인들에게 얘기할 기회도 많이 주고 공무원은 뒤로 빠져준다"며 "특히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일수록 중간 브로커가 끼면서 고위 공무원을 만나기가 어려운데 정부가 나서서 안면을 트게 해주면 다음부터는 직접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박 차관은 정관계 로비의혹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해외 사업을 지원한 사실도 밝혔다.
베트남에서 나이키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장을 운영하며 4만5,000명을 고용하는 태광실업은 45억 달러 규모의 베트남 초대형 화력발전소를 추진하기로 베트남 정부와 구두 계약까지 했다.
하지만 '박연차 게이트'가 터지면서 사업이 중단됐고, 박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다시 협의가 진행돼 지난해 양해각서가 체결된 상태. 문제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본 계약을 위해 꼭 필요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놓고 서로 눈치 보면서 주저하고 있었다.
마침 박 차관은 베트남 공업부와 태광실업이 관련 계약을 앞두고 있을 때 출장을 갔다 베트남 공업부의 요청으로 계약하는 자리에 동석했다. 그는"베트남 정부는 우리 정부 대표단이 함께 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보통 베트남 정부는 해외에서 석탄을 가져올 수 있는 계약을 맺어야만 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 사인을 해주는데 태광실업에게는 베트남 국내 석탄을 사서 쓸 수 있게 편의도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즈니스는 비즈니스고 국익이 먼저기 때문에 대표단 일부가 구설수에 오를 것이라며 주저했지만 제가 가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그러나 박 회장과는 커피 한잔 마신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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