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사퇴함에 따라 정 후보자 거취 문제를 놓고 불거진 당청 갈등은 수습 국면으로 들어갔다. '당청이 대립하면 결국 공멸하게 되므로 일단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것이 한나라당의 대체적 기류다. 당청 관계와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문제는 여전히'미제'로 남았지만, 당청이 계속 충돌해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이 앞당겨지는 시나리오는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안상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청 간에 언제 특별한 갈등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청와대 참모진 인책론에 대해선 "책임은 무슨 책임이냐"고 일축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당청은 한 몸"이라며 "최고위원들이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을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구제역 및 조류독감(AI) 방역 대책과 관련한 고위당정회의를 조속히 열자"고 제의했다. 이틀간의 갈등을 정리하고'민생을 챙기는 정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날 당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당청은 완전히 같거나 다를 수 없는 관계로, 화이부동(和而不同ㆍ사이 좋게 지내지만 무턱대고 어울리지도 않는다)의 관계가 적절하다"면서 "우리 모두가 걱정하는 레임덕을 막기 위해 우리 스스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를 향해 강경한 목소리를 냈던 당내 소장개혁파 의원들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지금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의 책임을 물으면 여권 내 권력투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 정 후보자 사퇴를 처음으로 공론화시켰던 당내 '민본21' 소속 의원들도 "당장은 논란을 더 키우지 않는 게 맞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이대로 넘길 일이 아니다" "왜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지 않느냐" 등의 강경한 언급을 했다. '불씨'는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개혁파 중진 남경필 의원은 "이번 사태로 인해 청와대가 입은 큰 상처에 당이 또 다시 소금을 뿌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대로 덮고 넘어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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