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 창단 희망 의사를 밝히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기다렸다는 듯이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다. ▲1월11일 이사회에서 9구단과 함께 10구단 창단도 논의하겠다 ▲창단 안건이 이사회 심의를 통과하면 9구단을 2013년부터 1군에 참가시키겠다는 게 KBO의 벅찬 기대였다.
하지만 지난 11일 새해 첫 이사회에서 9구단 창단 심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장병수 롯데 사장은 "KBO가 9구단 이야기를 꺼내자 사장들이 "수긍할 만한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사회에서 9구단과 관련한 논의는 그리 길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KBO도 이사회 직후 공식 브리핑에서 "2월 초까지 9구단의 신규회원 가입 기준을 마련해서 이사회에서 다시 심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9구단이 다음달 이사회에서 창단 승인을 얻는다 하더라도 1군 진입은 당초보다 1년 늦은 2014년에나 가능할 것 같다.
야구는 명실상부한 국민스포츠다. 엔씨소프트뿐만 아니라 몇몇 기업이 창단을 희망하고 있고, 방송사들은 프로야구 중계권을 사려고 앞을 다투고 있다. 요즘 야구는 정말 잘나간다.
그렇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야구는 암울했다. 2007년 초 농협중앙회에 이어 그해 말 STX와 KT가 잇달아 창단의사를 밝혔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막판에 카드를 접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KBO의 미숙한 일 처리와 구단 이기주의가 STX와 KT의 프로야구 진입을 가로막았다. 특히 KT는 수백억 원의 창단자금을 준비하고 있었음에도 서울 구단들의 텃세에 막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언제나 봄날일 수는 없다. 지금은 프로야구가 황제 대접을 받고 있지만 언제 찬바람을 맞을지 모른다. 당장 창원시만 해도 이사회에서 엔씨소프트가 창단 승인을 얻지 못하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유영구 KBO 총재는 얼마 전 사석에서 "한국축구는 골 결정력 때문에 아쉬움이 많은데 야구는 지금이 골을 넣을 찬스"라고 강조했다. 명확한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심의부터 해달라는 KBO나, '격(格)'을 운운하며 반대부터 하고 보는 일부 구단이나 골 결정력이 부족하기는 매한가지다.
최경호 스포츠부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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