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교육청이 초등학교 교사를 임용할 때 해당 지역 출신자에게 점수를 더해주는 ‘지역가산점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12일 부산교대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 1,385명이 최근 헌법재판소에 초등교사 임용시험 지역가산점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부산교대 학생들은 “특정 지역의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산점을 주는 것은 헌법 제25조 공무담임권과 자유민주주의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지역가산점 제도를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가산점제는 교사 임용시험에서 해당 지역에 소재한 교대ㆍ사범대 출신 응시자에게 만점의 10% 이내에서 점수를 더해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우수한 실력을 가진 지방의 예비교사들이 졸업과 동시에 서울 등 수도권으로 대거 이탈하는 현상을 막고, 지역의 교대와 사범대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1991년부터 시행됐다. 중등교사에 대한 지역가산점제도는 2004년 위헌 결정이 나 지난해 폐지됐다.
하지만 초등교사 임용 때는 여전히 지역가산점이 부여된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임용시험에 서울교대 출신이 응시하거나 부산시교육청 임용시험에 부산교대생이 응시하면 각각 가산점을 주는 식이다. 지역가산점은 2009년까지 4점이었으나 2010학년도부터 서울이 8점으로 크게 올렸고, 울산(1점)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도 6점으로 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교사 수급 상황이 과거와 달라져 지방 교대 육성을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지방 교대생들의 교직 진출 기회를 원천봉쇄하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학생수의 전반적인 감소로 교사 수요가 크게 줄었고, 부산 지역에서는 졸업생 숫자가 교사 모집정원을 훨씬 초과해 타 시도에서 임용시험을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 지역가산점 탓에 도저히 시험을 통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2010학년도 초등교사 임용시험의 경우 부산교대는 시험 응시대상인 06학번 학생이 613명이지만 부산지역 교사 모집 인원은 147명에 불과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해 춘천교대생 538명에 강원지역 교사 모집인원은 205명, 청주교대는 463명에 충북지역 모집인원 130명, 제주교대 160명에 모집 38명, 대구교대 614명에 모집 369명에 그쳤다. 반면 서울 지역은 서울교대, 한국교원대,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06학번 정원이 총 750명인데 교사 모집인원은 820명이었으며, 경기는 경인교대 06학번 970명에 모집인원이 1,071명이었다.
부산교대 오세복 학생처장은 “가뜩이나 임용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우수인력 유인책으로서 지역가산점제는 의미가 없다”며 “재수, 삼수를 해도 임용이 안 돼 학생들을 해외로 내보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일단 헌재의 판단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제도 존폐는 교육감이 결정할 사항이지만 헌법소원이 제기된 만큼 어떤 결정이 나올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등교사 지역가산점에 위헌 결정이 났다고 해서 초등 역시 같은 결론이 나오리라고 기대할 순 없다는 것이다. 당시 중등 지역가산점 제도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은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지역가산점을 없앨 경우 ‘서울 집중화, 지방 공동화’ 현상이 훨씬 심각해질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교대를 비롯한 서울지역 학교의 반발도 예상된다.
한 교육 관계자는 “지역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안이라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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