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보훈병원에서 기능직 직원 1명이 6년간 32억여원의 진료비를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12일 허위 지출결의서를 만들어 전문위탁진료비를 빼돌리는 방법으로 32억여원의 진료비를 횡령한 혐의(사기)로 대구보훈병원 전 기능직 직원 김모(40)씨와 그의 친구 박모(40)씨를 구속했다. 전문위탁진료는 진료비 면제 또는 감면 대상 보훈대상자들이 보훈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운 암 등 중증질환을 다른 위탁병원에서 치료받으면 보훈병원이 진료비를 대신 내 주는 제도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5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86회에 걸쳐 실제로 전문위탁진료를 받은 사람의 진료비 지출 결의서 사이에 가짜 결의서를 끼워 넣는 방법으로 32억3,390만원을 챙겼다.
경찰조사결과 김씨는 보훈병원이 전문위탁진료비 지급에 따른 내부통제시스템이 허술한 점을 알아채고 구속된 친구 박씨와 횡령을 모의한 뒤 박씨가 구해 온 16명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허위서류를 만들어 돈을 청구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횡령한 진료비를 박씨와 2대 1로 나눠 가졌으며 유흥비 등으로 대부분을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보훈병원은 이처럼 거액이 샌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김씨의 부서 이동 후 상급기관의 감사과정에서 동일인의 이름으로 여러 차례 입금된 사실이 드러나자 뒤늦게 경찰에 김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김씨가 6년간 같은 부서에서 동일 업무를 맡아 범행한 점을 중시, 조직내의 비호 여부와 상납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다.
한편 대구보훈병원측은 “위탁진료비 처리를 한 달에 한 번 하다 보니 처리건수가 1,000건에 달해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사건 이후 매일 처리하도록 업무체계를 바꿨다”고 밝혔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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