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해 불티… 수익금 제3세계 불우아동 전달
키는 손가락 한마디 정도인 3㎝, 분홍 낯빛에 검은 곱슬머리, 실로 칭칭 감은 몸에 팔다리를 곧게 뻗은 촌스러운 맵시. 이 볼품없는 인형들이 다짜고짜 세상에 말한다. "당신의 걱정을 들어주고, 대신해줄 테니 마음껏 저에게 걱정을 털어놓으세요." 요놈들 이름도 '걱정인형'이다.
녀석들이 인기다. 2009년 5월 한 인터넷사이트에 처음 등장해 입 소문을 타더니 최근엔 물건이 없어 못 팔 지경이다. 사이트 이름마저 '걱정, 걱정 마세요'(dontworryworry.com)다.
사이트 운영자이자 처음 걱정인형을 제작해 판매한 김경원(29)씨는 "걱정이 없는 사람은 없겠죠. 그런데 걱정을 진정으로 털어놓을 사람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덕분에 조그만 인형에게 걱정을 호소하겠다고 하루에도 수백, 많게는 1,000명 가까운 이들이 김씨에게 인형을 주문하고 있단다.
사실 걱정인형은 중앙아메리카의 과테말라 인디언이 원조(元祖)다. 걱정이 많아 잠 못 이루는 아이에게 작은 인형을 쥐어주고 "걱정을 인형에게 털어놓으면 인형이 대신해줄 테니 편하게 자라"고 얘기해줬다는 것.
걱정 퇴치방법의 일종인 과테말라의 인형 이야기를 김씨가 사업아이템으로 발상의 전환을 한 셈이다. "과테말라 친구가 '한국 사람은 왜 그렇게 걱정이 많으냐'고 들려준 얘기였어요. 언젠가 인형이 사라지면(잃어버리면) 걱정도 사라진다는 얘기에 무릎을 쳤죠."
인형은 과테말라 식으로 만든다. 철사와 종이로 몸통을 만들고, 오색실로 칭칭 감아 옷을 꾸민다. 다만 원조보다 약간 작아졌고(2/3 정도 크기), 조금 귀여워졌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일반인의 불안심리인 걱정을 이용해 돈을 벌려 한다는 지적도 있어서 매우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수익금의 대부분을 제3세계 어려운 아동에게 전하고 있다. 예컨대 10세트(세트당 1만원)를 팔면 축구공 한 개를 사 전달한다. 사진촬영도 한사코 거절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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