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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깊은 MB "아예 등 돌리기엔…" 타협점 모색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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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깊은 MB "아예 등 돌리기엔…" 타협점 모색할 듯

입력
2011.01.1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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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정동기 사퇴요구 파장]靑 핵심 "당청간 완승·완패는 없다" 완화 무드사안 따라 마이웨이·당 의견 경청 택일 전망도

이명박 대통령이 여당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 요구 파문 수습 방안에 관해서는 일단 밑그림을 그린 듯하다. 하지만 그 이후 당청 관계, 국정 장악력 유지 등 집권 4년차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1일 수습책에 대해 "순리대로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당청간에 완승, 완패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파문은 정 후보자가 적절한 시기에 사퇴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듯하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참모 인책론 등 한나라당의 추가 요구는 서서히 수면 아래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안상수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일제히 "인책까지는 필요 없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의 사퇴 표명이 지연되는 것은 당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고, 다른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여당이 반기를 든 상황을 처음 겪은 이 대통령으로서는 지도력의 상처를 조기에 치유하고 여권 내부 장악력을 높여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집권 후반기를 맞아 여당과의 타협이냐, 마이웨이냐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굵직한 선거가 없는 올해를 집권 성과를 극대화하는 해로 설정한 이 대통령은 여당의 협조 없이는 흡족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 힘있는 여당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여당과의 결별은 사실상 생각하기 힘들다. 더욱이 임기가 2년 이상 남아 있다.

또 요즘의 당청 갈등은 과거 정권들의 레임덕 징후와는 질이 다르다는 게 청와대측 분석이다. 과거 정권들은 집권 4,5년 차에 김현철 비리(김영삼정부), 이용호 게이트 및 아들 비리(김대중정부) 등 게이트로 레임덕이 초래됐지만 이번 사태는 인사 문제 등에서 비롯된 단순 갈등이어서 얼마든지 봉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이 대통령은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를 모색하면서 여당을 견인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할 가능성이 높다. 국정 운영에서 여론과 여당의 목소리에 좀더 경청하면서도 할 일은 하는 방식을 택할 공산이 크다.

물론 임기 말에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릴 수 있는 권력의 속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또 다른 대형 악재가 터질 경우 이번 갈등이 레임덕의 전주곡이 될 수도 있다. 더욱이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가까워지는 올 하반기 한나라당의 청와대 견제는 거세질 것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이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들처럼 여당과 거리를 둔 채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

한편 전날 "안상수 대표에게 한방 맞았다"며 격분했던 청와대의 분위기는 이날 다소 누그러졌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아내와 부부싸움을 했다고 헤어질 수 있느냐"면서 "당이 스스로 수습에 나선 만큼 잠깐 냉각기를 거쳐 서로 이해하고 보듬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청이 여야가 싸우듯 싸워 무슨 득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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