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치료 못받는 사람 없어
무상의료가 일반화한 유럽 국가들은 의료계에 대한 통제가 아주 강하다. 건강보험공단은 "유럽은 진료량과 의사의 수입이 투명하게 드러나며, 질병에 대한 포괄수가제 실시로 의료서비스의 질과 진료비 내역이 정확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과잉진료나 건보재정 낭비와 같은 사례는 드물지만, 반대로 과소진료 등이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총액예산제를 도입한 나라들은 정부ㆍ의료계ㆍ보험자가 합의해 다음해에 투입할 총예산액을 결정하는데, 이는 의료 탄력성을 떨어뜨린다. 의료선진국으로 이름 높은 독일조차도 질병별로 수가를 계산하는 포괄수가제를 도입할 당시, 의사들이 "피의 퇴원(bloody dischargeㆍ환자를 수술한 후에 피도 마르기 전에 퇴원시키는 것)이 빈발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유럽형 모델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병에 걸린 사람이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는 없기 때문에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2009년에 미국과 영국 사이에 벌어진 건보 논쟁은 건보모델의 단점들이 충돌했던 사례로 꼽힌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의료비가 16%(한국은 6.8%)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제일 높으면서도 공공보험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주 낮아 개인의 부담이 과도한 의료 후진국이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 소외계층의 혜택을 늘리는 건강보험 개혁을 추진했고, 보수층은 크게 반발했다. 당시 미국 보수 논객들은 "영국은 길거리에서 사람이 죽어가도 병원에 사람이 넘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등의 음해성 말을 퍼뜨렸고, 이에 영국 국민은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우리는 NHS(영국 공공의료서비스)를 사랑하며 자랑스럽다"고 맞섰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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