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던 여당의 기세가 하룻밤 사이에 많이 누그러졌다. 전날의 사퇴 촉구에 대해 청와대가 절차와 방식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데다 중국 출장 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김무성 원내대표가 "신중히 제기했어야 할 문제"라고 비판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 직접적인 계기다.
청와대와 김 원내대표의 반발은 어제 안상수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애초에 정부에 대해 "불가피할 경우 견제할 것은 제대로 견제하고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하려다가 "당은 앞으로도 정부 정책에 적극적 협조를 할 것"이라고 크게 물러났다. "민심을 수렴해야 하는 당의 입장에서 국민 여론이 국정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여당의 민심 소통 역할을 원칙적으로 강조하는 선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정 후보자도 우선은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계속할 태세다.
다만 청와대의 강한 불만은 여당 지도부의 결정 자체가 아니라 이를 공식화한 방식과 절차를 향해 표시된 것이며, 김 원내대표의 신중론도 형식 측면에 무게가 실렸다. 또한 정 후보자가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과의 교감 없이 마음대로 거취를 결정하기도 어렵다. 청문회 준비 여부에 대해 "할 건 해야죠"라고 한 그의 대답이 소극적으로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당ㆍ청의 사전 의사소통 부재가 빚은 일그러진 모양새를 조금이라도 가다듬을 시간을 벌고, 적기를 저울질하겠다는 정도의 암묵적 합의가 3자 사이에 이뤄진 셈이다.
정치에서 모양새는 중요하고, 정치력이 클수록 관련 당사자 모두의 상처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한다. 그러나 이번처럼 이미 국민 모두에게 구겨진 모양새를 드러내고 난 뒤라면 어지간한 정치력으로는 사실상 회복은 어렵다. 청와대의 반발이 감사원장에 요구되는 중립성과 독립성에 의문이 따르는 정 후보자를 택함으로써 보여준 '무리수'를 가리는 방편이기는 더더욱 어렵다. 국민은 무리한 인선에 대한 자성과, 늦게라도 과감히 오류를 바로잡는 결단을 보고 싶어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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