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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반딧불이가 돈 물어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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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반딧불이가 돈 물어와요"

입력
2011.01.1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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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기산동에 사는 김종희(54)씨는 11년째 농장을 운영 중이다. 그런데 키우는 게 특이하다. 소도 돼지도 닭도 아닌, 곤충 그것도 귀뚜라미다. 서울 양재동에서 화훼업을 하던 그는 2000년 귀농, 귀뚜라미를 연간 300만 마리나 키워 수족관, 동물원, 애완동물 가게 등에 팔고 있다. 마리당 적게는 35원, 많게는 100원까지 팔리는 이 귀뚜라미들은 물고기나 애완동물의 먹이가 된다.

김 씨가 귀뚜라미를 팔아 지난 해 올린 매출은 무려 1억3,000만원. 웬만한 축산농가보다도 많다. 2009년 농가 평균 소득(3,081만원)과 비교하면 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는 “하루 종일 사육 비닐하우스에 있어도 귀뚜라미를 보면 저절로 힘이 생긴다”며 “이 녀석들이 내 보물”이라고 말했다.

벌레가 뜬다. 벌레가 벌레 아닌, 돈으로 재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곤충산업. 과거엔 양봉(벌)이 전부나 다름없었지만, 이젠 사육대상 곤충 종류도, 쓰임새도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시장도 2015년까지 3,000억원 정도로 커질 전망. 이에 따라 정부도 곤충산업을 새로운 농가 소득원으로 육성하기 위해, 향후 5년간 1,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곤충산업의 장점은 일단 쓰임새가 넓다는 점. 애완용이나 학습용은 말할 것도 없고 음식물쓰레기 분해, 천적을 이용한 유기농법, 화분매개 등 농업에도 직접 적용할 수 있어 그 효용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파리의 한 종류인 동애등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소화해 부피를 약 58%, 무게는 30% 감소시키는 ‘능력’이 있는데, 마리당 알을 1,000개를 낳을 수 있어 음식물 쓰레기를 최대 2㎏까지 분해한다. 또 마트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는 애완ㆍ학습용으로 인기가 높으며, 나비와 반딧불이는 축제 등 관광 상품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일부 곤충은 의학적 효과까지 발견되고 있다. 박인균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산업과 박사는 “쇠똥구리 체네 분비물에서는 천연항생제 성분도 나왔다”면서 “곤충산업은 전망이 아주 밝은 블루오션”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전국 265개 농가가 비닐하우스, 가건물 등에서 소규모로 곤충을 키우고 있지만, 앞으론 대규모 기업형 사육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외국에선 이미 신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심재규 종자생명산업과장은 “네덜란드는 천적이나 화분매개용 곤충산업, 중국과 태국은 식용 곤충산업, 일본과 미국은 생태학습용 곤충산업이 활발한 편”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지난 해 곤충산업육성법을 발효한 데 이어, 중장기 곤충산업 육성 청사진도 마련했다. 농식품부가 11일 발표한 제1차 곤충산업육성 5개년 종합 계획에 따르면 2015년까지 ▦곤충자원 조사 및 유용곤충 발굴 ▦곤충자원 연구개발(R&D) ▦곤충농가 육성지원 ▦전문인력 양성 및 교육 강화 등에 1,1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는 우선 전국 12곳에 조성 중인 곤충생산단지 및 곤충체험시설 등 곤충산업기반 조성을 위해 91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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