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힌 뒤 막걸리와 함께 먹는 식재료로 남도 잔칫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홍어. 백과사전에는 이 홍어의 다른 이름인 상어가오리와 묵가오리가 홍어와 별도로 각각 가오리과의 한 종으로 분류돼있다. 1996년 환경부가 발표한 국내생물종 문헌조사보연구보고서에도 제각각 별도 종으로 분류돼있다. 이같이 잘못된 체계에 따라 분류돼있거나 국제 기준과 부합하지 않는 이름으로 올라있던 국내자생생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한 '자생생물 인벤토리(목록)'가 3년 만에 완성, 11일 공개됐다.
이날 환경부가 공개한 목록에 따르면 국내 자생생물은 모두 3만6,921종이다. 1996년 첫 조사 때 비해 8,459종이 추가된 것으로 곤충 1만3,384종, 고등식물 5,230종, 척추동물 1,841종 등이 포함됐다. 2001년 보고된 멸종위기 야생식물인 제주고사리삼, 2005년 신종(新種)으로 보고된 민물고기인 참갈겨니, 1979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가 2006년부터 다시 관찰되고 있는 꽃매미 등이 포함됐으며, 1996년의 목록에는 올라있으나 국내에 분포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풀매미 등은 빠졌다. 국제식물명명규약과 어긋난 구름버섯 등도 제외됐다. 이 목록은 문헌조사와 표본대조 등을 통해 구축된 것으로 100여명의 동식물 분류학자들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작성했다. 1996년의 조사가 불과 3개월 정도의 문헌조사로만 진행됐고 국제기준에 따르지 않은 약식보고서 형태로 발표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 목록은 사실상 최초의 국내자생생물 목록이라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이 목록은 앞으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인'한반도 생물자원 포털'(www.nlbr.go.kr/species)에서도 볼 수 있다.
오경희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연구부장은 "지난해 생물자원의 접근과 이용을 다룬'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되는 등 생물자원에 대한 각국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 자생생물이 10만종으로 추산되는 만큼 이번에 빠진 생물종을 추가 발굴해 목록을 순차적으로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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