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1168~1241)
시 지음에 특히나 어려운 것은
말과 뜻이 아울러 아름다운 것.
머금어 쌓인 뜻이 깊어야지만
씹을수록 그 맛이 순수하다네.
뜻만 서고 그 말이 껄끄러우면
뻑뻑해 뜻조차 펼 수 없으리.
그중에도 나중으로 해야 할 것은
아로새겨 아름답게 꾸미는 것뿐.
아름다움 어이 굳이 마다하랴만
또한 자못 곰곰이 생각해볼 일.
꽃만 따고 그 열매를 버리게 되면
시에 담긴 참된 뜻은 잃게 되느니.
오늘날 시 쓴다는 저들 무리는
시의 바른 의미는 생각지 않고,
겉으로만 꾸며서 치장 일삼아
한때 기호 맞추기만 구하고 있다.
뜻은 본시 하늘에서 얻는 것이라
갑작스레 이루기는 쉽지가 않네.
얻기가 어려운 줄 가만 헤아려
인하여 화려함만 일삼는구나.
이로써 여러 사람 현혹하여서
담긴 뜻의 궁핍함을 가리려 한다.
이런 버릇 어느새 습성이 되어
문학의 정신은 실추되었다.
(이하 여섯 줄 생략)
● 시 쓰는 일과 삶이 다를 바가 없지요. 이 시론을 삶에 적용시켜보면 어떨까요. 너무 일만 하지도 말고 너무 풍류만 좇지도 말아, 꽃과 열매 다 취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과 뜻으로 해석해 보면 어떨까요.
매미는 겁이 많아 뚝, 울음 끊기에 도사고 염소는 먹이 앞에 턱, 무릎 꿇기에 도사지요. 그렇다고 끊겼던 매미 울음소리에 굳은살 박이지 않고 꿇었던 염소 무릎에서 울음소리 터져 나오지도 않지요.
시를 쓰는 저한테는 더욱 절절하여 울음을 꿇고 무릎을 끊으며 반성문으로 받들어야 할 시(詩)네요. 하오나, 반성은 매미 날개처럼 가볍고 염소 뿔처럼 늘 바깥으로 달아나니, 이를 또 어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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