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로 아이티 지진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뒤덮은 잔해 가운데 5%만이 치워졌으며 완전 복구는 요원하다. 100만명의 이재민은 여전히 텐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지진이 23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앗아간 데 이어 최근에는 콜레라가 덮쳐 최소 3,600명이 사망했다. 여기에 실업과 빈곤, 외부에 대한 의존만이 남았다.
참사 직후 세계 각국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쳤지만 여전히 참담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미 시사주간 타임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재건 실패의 원인으로 지원국의 협조부족과 리더십을 잃은 정부를 꼽았다.
지진 참사 이후 국제구호단체와 60여개국이 향후 10년간 아이티 재건을 위해 지원하기로 한 돈은 110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유엔 아이티특사사무소는 국제사회가 지난해 21억달러를 포함, 수년에 걸쳐 총 50억달러를 지원한다고 약속했으나 실제 모금액은 63%인 12억8,000만달러에 그쳤다고 밝힌 바 있다. 원조금 가운데서도 10%만이 아이티에 사용되는 반면 나머지 혜택은 외국기업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AP에 따르면 지난 해 아이티 재건사업과 관련 미국 기업이 1,500개의 계약을 따낸 반면 아이티 기업이 체결한 계약은 20여건에 그쳤다. 장 막스 벨레리브 아이티 총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NGO단체가 국가의 발달을 초기단계에 머물게 하고 있고, 아이티 정부가 해야 할 책임을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더욱이 아이티 정부는 리더십을 잃은 지 오래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선거가 부정투표 의혹에 휩싸이면서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다. 아이티 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 결선투표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또다시 2월말로 연기됐다.
그렇다고 절망만 남은 것은 아니다. NYT는 상처를 치유하고 평정을 찾기 시작한 아이티 사람들을 통해 희망의 불씨는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주위로부터 학대를 받던 10대 소녀 다프네 조제프는 미국 구호단체의 도움으로 안전한 보호소로 보내져 공부를 시작했다. 무용수였던 파비엔 장은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의류점이나 무용학교 경영을 꿈꾸고 있다.
타임도 아이티를 포기하기는 아직 이르며, 미국사회도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무감을 버리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