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의 힘은 청렴에서 나온다. 일 안 하는 서장을 골라내겠다."(강희락 전 경찰청장, 2009년 3월 취임 직후)
"결국 총경 옷 벗기기 감찰이었다. 무리하게 사표를 강요하기도 했다."(전직 총경 A씨)
누구를 위한 경찰 감찰 강화였나.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추진했던 대대적인 감찰 조치가 새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강 전 청장이 함바집 비리 사건의 브로커 유상봉(65ㆍ구속기소)씨로부터 1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출국금지되면서 경찰 안팎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강 전 청장의 금품 수수는 함바집 운영권 관련인지, 경찰 내 인사청탁 관련인지 아직 확실히 밝혀진 건 없다. 다만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과 더불어 총경급 간부 여럿의 인사청탁이 연루됐다는 정황이 포착된 정도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강 전 청장 재임 중 유독 총경들이 자리에서 많이 물러났고, 인사청탁이 그 빌미가 됐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강 전 청장은 취임 직후 감찰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감찰 인원은 경찰청에만 1개 반(6명), 각 지방청마다 2~3명씩 등 최소한 40명 이상 늘었다. 강 전 청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경찰의 청렴을 강조하며, 재임기간(2009년 3월~2010년 8월) 총경 12명을 징계했다. 6개월마다 4명 꼴인데, 직전 어청수 청장 시절(6개월당 1명)보다 4배나 늘었다.
감찰 결과는 이처럼 주로 '총경 옷 벗기기'로 나타났다. 전직 총경 박모씨는 "부적절한 사생활에 대해 감찰을 받던 중 조사관에게 사표 제출(의원면직)을 강요받았다"며 "잘못한 것은 맞지만 사퇴할 만한 중징계 사유는 아니라고 여겨 버티다가 2009년 6월 해임됐다"고 말했다. 그는 "강 전 청장이 뇌물을 준 사람들을 총경 자리에 앉히기 위해 무리하게 현직 총경들을 내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있다. 경찰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강 전 청장 취임 후 특진까지 걸고 총경들의 2~3년 전 과실까지 다수 들춰내 사표 제출을 권유한 바가 있다"고 인정했다.
유독 총경 직위가 감찰 대상에 오른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경무관 이상 고위직과 달리 총경은 청장 재량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 총경 승진 경쟁률은 통상 4대 1을 넘는데, 바로 아래 직위인 경정의 2배에 가깝다. 경찰 관계자는 "(강 전 청장이) 2009년 총경의 경찰서장 재직기간을 7년 미만으로 제한한 것도 순환 주기를 짧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강 전 청장은 재임 기간에 두 번의 총경 인사를 통해 137명을 승진시켰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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