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9억원 수수 의혹 사건 재판이 한만호(50ㆍ수감 중) 전 한신건영 대표의 진술 번복으로 일진일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한 전 총리 측과 검찰이 10일 장외에서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이 한씨를 회유하려 했다”는 한 전 총리 측의 문제 제기가 발단이었다. ‘한명숙 검찰탄압 진상조사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최근 와병 중인 한씨의 노부모를 찾아가 ‘당신 아들이 진술을 바꿔 출소가 어렵다. 옥살이를 더 할 수 있다’는 요지로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위는 또 “검찰이 구치소에 있는 한씨에게도 이 사실을 언급하며 법정 증언의 번복을 강요했다”며 검찰을 성토했다.
한씨는 지난 7일 법원에 “검찰이 나의 진술 번복으로 출소가 어렵게 됐다는 말을 부모님께 하고 돌아갔다”고 주장하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씨와 한씨 부모를 만난 것은 사실이나, 진술 번복 경위를 확인하는 차원이었다”며 “한 전 총리 측이 문제 삼는 부분도 한씨 모친이 검사에게 반문하는 형태로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한씨 부모를 만난 곳은 공공장소인 카페였으며, 당시 나눈 대화도 모두 녹음해 둬 필요시 공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어 한 전 총리 측이 대포폰을 사용했을 가능성까지 흘리며 공세로 돌아섰다. 지난 4일 3차 공판에서 한씨가 정치자금 제공 시점 이후에 한 전 총리의 휴대폰 번호를 자신의 휴대폰에 입력했다고 진술한 데 대한 맞대응인 셈이다. 윤 차장검사는 “한 전 총리가 휴대폰을 몇 대 썼는지, 한 전 총리의 측근 김모씨가 대포폰을 쓴 사실은 없는지 등을 법정에서 밝힐 것”이라고 했다.
양측이 이처럼 장외에서 ‘기 싸움’을 벌이는 것은 11일 열리는 4차 공판이 재판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날 공판에는 한씨가 6억원의 실제 수수자로 지목했던 건설 브로커 3명이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다. 이들과 한씨의 대질신문도 예정돼 있어 진술 번복의 진위가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한씨를 구인장을 발부받아 법정에 세우기로 했다. 이에 맞서 한 전 총리 측은 한씨가 번복한 진술이 사실에 부합한다는 점을 입증하는 동시에 법정에서 검찰의 피고인 회유 논란을 본격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