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5일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녀유도 경기가 펼쳐진 화궁체육관. 전날까지 100㎏이상급 김수완(23ㆍ용인대), 여자 78㎏급 정경미(26ㆍ하이원), 100㎏급 황희태(33ㆍ수원시청), 70㎏급 황예슬(24ㆍ안산시청), 81㎏급 김재범(26ㆍ한국마사회) 등 5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은 한국 유도는 이날도 최소 금메달 1개 이상을 예상했다.
세간의 관심은 당연히 강력한 우승후보인 73㎏급 왕기춘(23ㆍ용인대)에게 쏠렸다. 왕기춘은 그러나 은메달에 머물렀다. 연일 금메달을 쏟아내던 한국유도의 금맥이 끊기려던 그 날, 새로운 주인공이 탄생했다. 66㎏급 김주진(25ㆍ수원시청)이 모리조히드 파르모노프(우즈베키스탄)를 안다리걸기 유효승으로 꺾고 금빛 쾌거를 이어갔다. '깜짝 금메달'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그의 존재가 처음 세상에 집중 부각된 날이었다. 김주진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유도의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금메달리스트였다.
김주진은 실력 못지 않게 귀여운 얼굴과 대비된 근육질 몸매로 또 한번 화제를 낳았다. 유도 선수라면 대부분 가진 '식스팩' 때문인데, 그의 복근은 좀 더 남달랐다. 누리꾼들은 '황금복근'이라는 별명을 붙이며 "유도계의 훈남" "실력도 금메달, 복근도 금메달"이라고 했다.
아시안게임 이후 두 달 가까이 흐른 지난 5일, 김주진을 다시 만난 곳은 태릉선수촌이었다. 15일부터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회 국제유도연맹(IJF)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난해 1월 수원에서 처음 개막한 월드 마스터스는 세계선수권 다음으로 규모가 큰 국제 대회다.
하루 10시간 가까운 '지옥훈련'의 초점은 대부분 기술과 체력 보강 등에 맞춰져 있다. 기술이 다양하고 체급에 비해 큰 키(176㎝)가 장점이지만, 시합마다 기복이 심하고 체력이 떨어지는 점은 김주진의 최대 약점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죽기 살기로 하고 있어요. 초반보다는 장기전이 제 스타일인데 외국선수들과 맞서려면 체력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쉴 틈이 없다. 마스터스 이후 아시아선수권(4월ㆍ아랍에미리트), 세계선수권(8월ㆍ프랑스)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김주진이 머리 속으로 그리는 '미래 설계'의 중요한 대회이기 때문에 게으름을 피울 여지가 없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김주진이 올해 아시아선수권 및 세계선수권을 제패하면 '그랜드 슬램'으로 가는 마지막 퍼즐이 바로 2012년 런던올림픽이기 때문이다.
특히 런던올림픽은 각별하다. 경기 안양 석수초등 3학년 때 체육교사의 권유로 도복을 입은 김주진은 용인대 4학년이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2회전 탈락했다. "그때는 정말 힘들더라고요. 술도 많이 먹고 방황도 했죠. 유도를 시작할 때 반대하셨던 부모님에게 '왜 그때 울면서까지 한다고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주진이 '베이징의 한'을 '런던의 영광'으로 바꾸려는 속 마음에는 이런 생각도 있을 터. 지금 유도하면 '최민호 왕기춘 김재범 황희태' 등을 단박에 떠올리지만 김주진의 이름 석자는 아직 낯선 게 사실이다. 그래서 '유도=김주진'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정립되는 그 날이 바로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그 때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다. "이제 스물 다섯이에요, 저. 아직 팔팔하고 한창 좋은 때 아닙니까. 이제 시작일 뿐이니 지켜봐 주세요."
●김주진은
생년월일 1986년 6월 21일
신체조건 176㎝, 66㎏
학력 석수초-경민중-경민고-용인대
유도입문 계기 초등3학년 때 체육교사 권유
존경하는 유도인 정훈 남자유도 대표팀 감독
징크스 대회 때 카메라 가져가면 부진(2008년 베이징올림픽 탈락 후 생긴 징크스)
소속팀 수원시청
수상경력 동아시아대회 금메달(2007년) 파리오픈 금메달(2008년), 독일 그랑프리 금메달(2009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2010년)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