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다진 피아노 실력을 유튜브 사이트에 올려 '십대 천재피아니스트'라는 별명을 얻은 김지은(17, 이사도라 킴)양이 뉴욕 카네기홀에서 성공리에 데뷔 공연을 마쳤다.
국제문화예술교류단체 '더 프레즌트'에 따르면 김 양은 8일 카네기홀 아이작 스턴홀에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황제) 등 세계 4대 그랜드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했다. 500페이지가 넘는 난해한 대곡들을 악보를 보지 않고 김 양이 연주해내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10대 소녀가 연주가들로부터 '꿈의 무대'로 불리는 카네기홀에 섰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정작 관객들이 열광한 것은 김 양이 지금까지의 피아니스트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김 양이 정식으로 피아노를 배운 것은 초등학교 시절이 전부이다. 당시 콩쿠르대회에서 입상까지 할 정도로 또래에 비해서는 실력을 인정받기는 했으나 월등한 실력을 갖출 정도는 아니었다.
김 양이 본격적으로 피아노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초등학교 졸업 후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4년 전 호치민시로 이민가면서부터. 김 양은 이 곳에서 만난 한 피아노 교사로부터 "이 정도 실력을 가진 아이는 지천에 널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동네 피아노 학원조차 다닐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그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김 양은 매일 6~8시간씩 피아노 연주에 몰두했다. 김 양을 심도 높은 피아노의 세계로 이끌어 준 선생님은 다름아닌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담은 유뷰트 동영상이었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마르타 아르헤리치 등 대가들의 현란한 손놀림을 수도 없이 따라 하면서 주법을 익혔고, 혼자서 난해한 악보를 해석하며 실력을 닦았다.
김 양은 2007년부터 유튜브에 자신의 연주곡을 하나 둘씩 올려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김 양은 내친 김에 자신의 실력을 평가 받고 싶어 지난 해 2월 아버지와 무작정 뉴욕을 찾아, 링컨센터 오케스트라 지휘자 조너선 그리피스에게 자신의 동영상을 보여줬다. 그리피스는 "카네기홀에서 연주해도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라는 극찬을 했다.
이 말에 자신을 얻은 김 양은 곧장 카네기홀을 찾아 심사를 통해 지난 해 6월 정식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이날 공연에서 김 양은 그리피스의 예언대로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김 양은 "미 줄리아드 음대에서 정식으로 음악을 배우고 싶다"며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돼 나처럼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과 감동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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