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007년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를 훌쩍 넘어섰다. 사상 최고 주가 수준에서 가격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지만, 각종 투자설명회를 다니다 보면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조금씩 커지는 느낌도 받게 된다.
인생의 중요한 선택이 그렇듯이 주식투자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예측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미래는 검증될 수 없다. 실제 시간이 지나가봐야 현재 가지고 있는 예상이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불확실한 미래를 전망하는 데 있어 사람들이 가지는 인지적 편향 중 하나는 지금 보이는 게 미래에도 지속될 것으로 믿는 경향이다. 주식 투자의 방법론 중 하나인 기술적 분석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주가가 올라가면 차트가 예뻐 보이고, 주가가 떨어지면 나빠 보이기 때문이다. 몇 해 전 한 자산운용사 광고에 나왔던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라는 카피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지적 편향에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의 실적 추정 작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애널리스트의 실적 추정 방법론은 기본적으로 '자기추세분석(regression)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추세를 분석하고, 그 추세에 몇 가지 가중치를 줘서 미래의 실적을 추정하는 것이다. 과거로부터의 흐름이 미래의 예측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가 불황에서 호황으로 바뀔 때나, 호황에서 불황으로 바뀌는 변곡점에서는 애널리스트 분석의 정확성은 떨어진다. 과거로부터 흘러왔던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미래를 분석해 왔는데, 과거와 이질적인 상황이 전개되면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와 같은 분석가들의 능력이 뛰어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취하고 있는 분석 방법론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주가 분석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대부분 예측 행위에 있어 이런 한계는 뚜렷하게 나타나곤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시장은 과잉 낙관과 과잉 비관 사이에서 헤매는 조울증 환자 같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모두가 좋다고 할 때가 역설적으로 가장 위험한 시기인 경우가 많았다. 아직은 과잉 낙관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바닥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도 국내 가계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 또한 주가수익비율(PER) 10.5배 정도인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과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지금은 투자자들의 시각이 비관론에서 낙관론으로 바뀌는 변곡점 정도가 아닌가 싶다. 주가가 단기 급등했기 때문에 언제 조정이 나타나도 이상하지는 않겠지만, 큰 틀에서의 상승 추세를 훼손시킬 정도의 조정 국면이 도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가의 단기 등락은 어차피 누구도 맞출 수 없다. 단기적인 주가 흐름에 연연하는 것보다는 아직까지는 매수 후 보유(Buy & Hold)가 유리해 보인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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