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구제역 사태가 장기화돼 살처분되는 소와 돼지가 늘어나면서 시중 공급물량이 급감,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 지난해 가을 이후 신선식품 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육류 가격마저 들썩이고 있어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육류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돼지고기. 9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7일 현재 도매시장의 경락 가격 기준 돼지고기의 ㎏당 가격은 지난달 평균(4,344원)보다 26.4% 오른 5,492원에 거래됐다. 구제역 발생 전인 11월의 평균 가격(3,963원)에 비하면 38.6% 급등했다.
이처럼 돼지고기의 가격 급등이 두드러진 것은 워낙 살처분되는 수가 많기 때문. 구제역 사태 이후 9일까지 전체 돼지 사육두수 988만두 중 11.8%인 117만두가 살처분됐다. 우리나라 돼지 9마리 중 1마리가 구제역에 희생됐다는 얘기다. 이 같은 살처분 비율은 한우(3.4%)의 3배가 넘는 것이다. 또 구제역 사태 초반 소 위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던 것과 달리 이달 들어서는 돼지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고 있어, 앞으로도 돼지고기 가격이 더 오를 개연성이 크다.
한우 가격도 심상치 않다. 7일 기준 한우의 도매가격은 ㎏당 1만 6,333원으로, 지난달 평균보다 9.6% 올랐다.
특히 연중 최대성수기인 설 대목을 앞두고 육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다음달 초까지 육류 가격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13일 발표하는 물가 대책에 쇠고기와 돼지고기 공급 물량을 평시보다 2배 이상 늘리는 방안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설을 앞둔 서민들의 호주머니 부담은 이래저래 커지게 됐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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