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후계자로 알려진 3남 김정은은 과연 제대로 권력 계승 작업을 하고 있는 걸까. 미국 언론들이 8일 이 같은 의문을 잇따라 제기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중국 단둥(丹東)발 기사에서 "북한의 관영신문은 김정은을 찬양하지 않고, 우표 배지 책표지 건물 등에서 그의 사진을 찾아볼 수 없고, 공식석상에선 김정일 뒤에만 서 있다"며 "김정은이 국제사회에서는 주목을 받고 있으나 북한 내에서는 오히려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서울발 기사에서 김정은이 과연 전적으로 후계자로 인정받았는지에 의문을 보이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김정은이 지난해 9월 이후 대중의 관심을 끌만한 행보를 삼가고 있는 점을 의문의 이유로 꼽았다. 김정은은 당시 인민군 대장,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되면서 김 위원장 후계자로 급속히 부상했었다.
그런데 이후 "김일성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의 생일은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다"며 "북한의 최근 선전캠페인을 볼 때 김정은은 '공동지도자(co-leader)'라기보다는 '수련생(trainee)'에 가깝다"고 WP는 분석했다.
WP는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말을 인용, "우리가 북한 권력 승계의 초기 단계를 보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권력 승계가) 되돌릴 수 없는 지점(point-of-no-return)을 지난 것은 결코 아니다. 현 단계에서는 모든 게 정지되고 부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정일 위원장과 김일성종합대에서 함께 공부했다는 추이잉지우 전 베이징대 교수는 WP에 "북한 주민 60%가 김일성에 애정을 갖고 지도자로서 존경했다면 김정일의 경우, 40%로 떨어졌다. 그러나 김정은은 0%로, 주민들은 그를 전혀 존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은 생일로 알려진 8일 평양에서 특별한 축하 행사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선중앙TV는 이날 김정일 김정은 부자의 세습 정통성을 강조하고, 김정은을 '영명하신'으로 칭송한 기록영화 '위대한 영장을 모시여 26'을 방영해 눈길을 끌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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