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0일 충격의 하루를 보냈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의 날이었다.
청와대는 이날 한나라당으로부터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를 요구 받으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고, 배건기 청와대 감찰팀장이 함바집 비리 사건에 연루됐을 수 있다는 정황도 밝혀져 도덕적 상처도 안게 됐다.
청와대는 이날 한나라당의 사퇴 촉구 입장을 발표한 지 6시간이 지난 뒤에야 "한나라당이 의견을 밝힌 절차와 방식에 유감"이라는 첫 입장을 밝힐 정도로 경황이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이 이명박정부 집권 4년 차 처지를 상징하는 하루로 기록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의 요구가 청와대 참모 인책론을 촉발시킬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여당인 한나라당마저도 '적격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평가한 인사를 청와대가 적격 인사로 판단했기 때문에 여당에서 책임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일차적으로 검증 실무책임을 맡은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부담이 커질 듯하다. 인사 문제는 임태희 대통령실장 체제 전체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 논리도 있어 자칫 청와대 참모진 전체의 책임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9년 7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낙마 당시 물러났던 정동기 민정수석이 이번에는 자신의 일로 청와대 참모진 인책론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일각의 인책론이 임태희 실장 체제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나온다는 점도 주목된다. 임 실장 체제의 참모들이 무난하고 합리적이지만 이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뜻과 다른 말을 별로 하지 않고, 강단이 부족하다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청간 사전조율 없이 한나라당의 사퇴 요구가 나온 정황이 또 다른 인책론을 부를 수도 있다. 당청간 조율 실패와 당청간 원심력 확대를 봉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향후 청와대가 인책론을 우회하는 등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행보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정부 들어 여러 인사 실패 사례가 있었지만 인책을 받은 경우는 천성관 후보자 낙마 당시 단 한 차례뿐이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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