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남북 당국간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한 것은 이틀 전 남북 회담을 촉구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담화의 '후속 조치'로 볼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위원회와 조선적십자중앙위원회가 나서 당국간 회담을 위한 국장급 실무접촉(27일 개성)과 적십자회담(2월1일 문산) 개최 등 대화 주체와 날짜, 장소 등을 구체화했다. 북한은 우리측의 5∙24 조치에 대한 반발로 스스로 폐쇄∙동결했던 판문점 적십자 채널과 개성공단 내 경제협력협의사무소를 12일부터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신년 공동사설과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 조평통 담화 등을 통해 잇따라 대화 공세를 폈던 북한이 이번에 통지문 형식으로 공식 제안한 것은 우리측이 대화 제의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대화 공세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해온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도발, 비핵화 문제 등 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는다. 적십자회담이나 경협협의사무소 동결 해제 조치를 취한 것은 모두 경제지원에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아태평화위는 공식적으로 당국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여전히 대화 제의 주체를 문제 삼았다. 이날 통일부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확인을 위한 남북 당국간 만남을 역제의한 것은 이 같은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남북은 당분간 서로가 원하는 대화 형식과 의제를 제안하고, 이에 대해 역제의하는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로서는 연평도 도발이나 비핵화 등 핵심 문제를 빼놓은 채 북한의 접촉 제안을 덥석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다. 역으로 북한 역시 이러한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만남을 흔쾌히 수용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하지만 양측 모두 남북 대화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당국간 대화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동북아 및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미중 정상회담(19일)을 지켜본 뒤 남북 대화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측이 남측이 제기한 의제를 모두 27일 실무접촉에서 갖자고 통지문을 다시 보내올 가능성도 있다"며 "기싸움은 이어지겠지만 (결국엔) 회담이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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