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섭게 추웠던 지난 연말 어느 날 밤이었다. 모임이 있어 서울 명동 근처에 나갔다가 늦은 시각에 택시를 타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날 차도까지 나가 절박하게 목청껏 행선지를 외쳐대는 취객들과 함께 30분 넘게 추위에 떨어야 했다.
누군가가 'OO 더블!'을 외치자, 울며 겨자 먹기로 너나없이 웃돈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세 더블 요금의 차별성도 없어지더니, 조금 과장하자면, 택시 기사가 부르는 게 요금이 됐다.
그 날 나는 지하철 홍대역 근처까지 가면서 5만원을 택시 요금으로 내야 했다. 택시에 오르자마자 기사가 제안한 요금이었다. 평상시였다면 할증이 붙어도 1만원 정도면 충분한 거리인데 너무 비싼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하자 기사는 "원하지 않으면 지금 내려도 된다"는 거였다.
택시 요금 인상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늘 함께 거론되는 게 불친절과 승차 거부, 웃돈 요구 등 택시 서비스의 질 개선이다. 그 때마다 업계는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다짐하고, 교통정책 당국은 요금인상의 불가피성을 들어 서민들을 설득하곤 한다.
하지만 요금 인상 폭에 비례해 서비스의 질이 과연 개선됐는지 의심스럽다.
택시 기사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서민들일 테지만, 이제 그들 편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
황진숙(성북구 길음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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