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적 실존의 냉혹함, 동양적 화합의 풍성함. 인성(人聲)을 빌어 표현되는 극단의 세계다.
"사랑해요. 하지만 이제 전화를 끊어요." 5년 동안 사귄 남자로부터 작별을 알리는 전화를 받고 절망한 여인은 죽음을 택한다. 그 여인의 손은 목을 휘감은 전화 줄을 잡아 당기고야 만다.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첫 무대로 20세기 초반 프랑스 신고전주의 작곡가로 활약한 프랑스 작곡가 프란시스 풀랑의 단막 모노 오페라 '목소리'를 택했다. 이탈리아와 독일 오페라 편식증에서 벗어나 프랑스 오페라와 창작 오페라로 무게 중심을 옮기겠다던 2011년도 계획이 처음으로 실행되는 자리다.
소프라노 미레이유 들륑슈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연기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바로크 시대 작곡가 크리스토프 글룩에서 현대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까지 아우르는 폭 넓은 레퍼토리, 피터 브룩 등 우리 시대 대표적 연출가와의 오페라 작업은 현대 오페라계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을 웅변해 준다. 10~13일 예술의전당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공개 워크숍을 거친 뒤 14일 오후 7시30분 자유소극장에서 공연을 펼친다. (02)586_5282
"지금부터 여러분은 정가악회 악사들의 거문고 가야금 젓대 피리 장구 등 국악기 연주와 더불어 전해 드리는 옛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악사장이 소개로 시작되는 정가악회의 '검고소리'는 내내 따뜻한 창작 동화 낭독을 곁들인다. 국립오페라단과는 정반대의 노선이다.
'최초의 국악 치유 음악극'이란 수식을 앞세운 이 무대는 정가악회 소속 10여가지 악기의 잽이들과 다양한 조명 등 시각 효과가 만난다. 국악기의 부드러운 질감과 다양한 색깔이 숙명여대 음악치료센터 이주영 교수가 1년여 동안 진행했던 음악 치료 사업의 경험과 만나 이뤄낼 무대다. 원하는 관객에게는 준비된 악기를 즉흥 연주하게 하는 등 음악을 통해 내면의 해방을 실제로 느끼게 한다. 12~16일 서울남산국악당. (02)2261_0512
장병욱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