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코넬리 지음ㆍ이창식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발행ㆍ520쪽ㆍ1만3,800원
사건기자 출신의 빼어난 범죄 스릴러 작가인 마이클 코넬리(54ㆍ사진)가 1995년 발표한 소설로 그의 주력 작품인 '해리 보슈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코넬리는 1992년 로스엔젤레스경찰국(LAPD)의 베테랑 강력반 형사인 해리 보슈가 등장하는 데뷔작 <블랙 에코> 를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보슈를 주인공으로 한 16편의 소설을 펴냈다. 기자 시절 체득한 경찰 조직과 강력 범죄에 대한 풍부한 지식, 반전을 거듭하는 치밀한 플롯,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에 바탕한 입체적 캐릭터가 맞물린 코넬리의 소설은 1년에 두 권 꼴로 나오는 다작에도 불구,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랙>
보슈는 이 소설에서 성매매 여성이었던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파헤친다. 애인은 떠났고, 집은 지진으로 엉망이 됐으며, 평소 마뜩잖게 여기던 상사에게 폭력을 휘둘러 정직까지 당한 보슈는 세심한 정신과의사인 카르멘과 정기적 상담을 갖던 중 30년 넘게 미제로 방치된 어머니의 피살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결심한다. 직무정지로 사건 파일을 열람하는 일조차 벅차지만 그는 기지와 배짱으로 난관을 차례로 돌파하며 삶의 오래된 숙제를 풀어 간다. 그리고 어머니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인물이 한때 유력 검찰총장 후보였던 거물급 검사고, 그와 경찰관들이 어머니의 고용주이자 유력한 살인 용의자였던 포주를 비호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보슈의 상사까지 살해하면서 진실을 감추려 드는 방해 세력의 공작, 보슈의 추리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곤 하는 반전들이 독자로 하여금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까지 살인범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게 한다. 작가 코넬리는 서사의 긴장과 이완, 상승과 하강을 솜씨 좋게 통제하며 소설 장르의 힘은 이야기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한다. 보슈는 증인, 동료 경찰, 신문기자 등을 상대로 그들의 요구와 약점을 금세 간파해 제 뜻을 관철하는데 고도의 심리전을 방불케 하는 인물 간 대화는 코넬리의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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