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1' 두 CEO의 자신감
"목말랐던 게 한꺼번에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상기된 모습이었다. 그는 오너의 복귀를 사막에서 발견한 오아시스에 비유하며 그렇게 말문을 열어갔다.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11' 행사 개막에 앞선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경영 복귀(2010년3월) 이후의 달라진 사내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지난 연말 삼성전자 부회장에 오른 최 대표는 지난해 초 같은 장소에서 이 회장의 현장 경영 복귀를 처음으로 공식 거론했던 인물이다.
최 부회장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오너 경영인과 다르게) 전문 경영인이 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엊그제 그룹 차원에서 발표한 투자 계획도 같은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5일 올해 신사업 진출 확대와 사업구조 개편을 선언하며 전년대비 18% 증가한 43조1,000억원(시설투자 29조9,000억원, 연구개발 12조1,000억원, 자본투자 1조1,000억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최 부회장은 "(이 회장 복귀한 이후) 지난 10개월을 돌아보면 많은 이니셔티브(진취성)가 있었다"면서 "투자계획을 포함한 이 같은 이니셔티브는 우리 사회와 업계에 주는 또 다른 메시지"라고 이 회장의 복귀 의미를 찾았다.
오너 복귀와 함께 탄력을 받은 듯, 향후 사업 전망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매출이 150조원을 조금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년 내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매출 2,000억달러(약 220조원)에 도달하는 신기원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상승세를 감안할 때, 이 같은 목표 달성 시점은 2015년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경쟁력과 관련해선"제작년 5,000여명의 생산인원이 현재 3,000여명으로 줄었지만 제품 생산능력은 오히려 50%가 늘었다"며 "이게 삼성전자의 공급망관리(SCM) 능력이 갖고 있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외형을 키우기 위해 전략적 인수합병(M&A) 계획도 내놓았다. 그는 "우리보다 잘하는 파트너와 동맹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슨 사업을 하려고 하면 일부 M&A도 필요하고 주로 기술 분야에 대한 M&A가 이뤄질 것이고,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 더 많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해 향후 이뤄질 M&A 가능성을 열어뒀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분야도 꼽았다. 그는 "최근 스마트폰 사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데이터가 폭증하고 있다"며"이 때문에 네트워크 증설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장 기회가가 있는 분야는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에 상대적으로 뒤쳐진 카메라와 프린터를 포함해 컴퓨터(PC) 모니터 분야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와 함께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에 대한 의견도 내비쳤다. 그는 "이 자리에 없는 분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는 게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도 "일각에서 사업부를 맡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이 사장의) 커리어를 볼 때, 굳이 맡아야 할 책임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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