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세상을 바꾼다] 소통인가, 불통인가'신상털기' 사이트 통해 나이·직업·주소까지 유출도외국선 페이스북 계정 해킹"납치당해 돈 필요" 메시지 사용자 지인들 금품 갈취
#신상털기: 트윗버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주변 트위터를 검색, 한 여성의 사진을 보고 트위터 아이디를 알아냈다. 신상털기 전용사이트 '코글'에 여성의 아이디를 입력하자 이제껏 쓴 글과 사진이 수천 건 검색됐다. 이를 통해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 사는 26세 직장인으로 취미는 여행과 사진 찍기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기자는 트위터 초보이지만 모든 과정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트위터 사기: 지난해 7월 한 피자업체가 트위터 팔로어 100명당 1,000원씩 최대 2만원까지 가격을 깎아주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예컨대 팔로어가 1,000명이면 무조건 1만원이 할인된다. 이를 악용한 한 트위터러는 우유와 과자 교환쿠폰을 준다며 며칠 만에 팔로어 수천명을 모아 피자가격을 할인 받은 뒤 계정을 삭제하고 잠적했다. 사기피해 트위터러들은 "마케팅이라 여겼는데 당했다. 먹튀(먹고 튀다)지만 천재"라고 혀를 내둘렀다.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 정보를 신속히 전파하고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운송혁명을 이룬 자동차가 교통사고, 환경오염 등 부작용을 가져왔듯 SNS도 이제 양날의 검으로 일컬어진다.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에 따르면 6일 현재 4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150만여명의 주소 사진 등 개인정보가 1인당 25센트에 거래됐고, 매일 400만여명이 크고 작은 사기를 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을 사칭해 팔로어를 모으는 정도의 속임수는 웃고 넘길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자칫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개인정보가 소리 없이 빠져나간다
최근 가장 기승을 부리는 건 트위터 로그인 페이지를 가장해 사용자의 아이디와 패스워드 빼내가기. 트위터 메시지를 확인하라는 이메일이나 문자를 보낸 후 트위터 로그인 페이지와 유사한 화면으로 접속하게 한다. 아무런 의심 없이 입력한 아이디와 패스워드는 메일을 보낸 사람에게 그대로 전송된다. 대부분 이용자가 트위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포털 사이트의 메일 계정 등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메일에 담긴 신용카드 이용내역 등 사적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하므로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신상털기' 사이트도 다양해졌다. 2, 3년 전만 해도 구글이 유일했지만 현재 코글, 다음의 소셜웹 등이 신상털기에 주로 이용된다. 특히 코글은 특정인의 아이디만 알면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 등 10여개 사이트에 남긴 글과 사진을 모조리 검색할 수 있다.
사이버 포주로 변한 스마트폰 앱
1km, 후즈히어(Who's here) 등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성매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 앱은 이용자를 중심으로 이성의 사진, 나이 등을 보여주면서 거리까지 표시해준다. 이를 이용해 일부 여성들은 성매매에 나섰다.
본보 취재결과 23만여명이 이용하고 있는 1km 앱의 경우 주변에 있는 이성을 90명까지 보여주는데, 이중 비키니나 속옷만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린 여성은 8명, 성매매를 한다고 밝힌 여성은 2명이었다. '차도녀' 아이디를 쓰는 23세 여성은 "50만원을 주면 하루 성적 노예가 되겠다"고 했고, '근육원츄'(24)는 "1시간에 20만원"이라고 가격을 제시했다.
경찰은 단속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메시지를 통해 은밀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서 단속하기 어렵다"며 "음란한 사진을 올리는 등 위법성이 드러나지 않아 앱 자체를 문제 삼기도 힘들다"고 했다.
SNS가 돈도, 집도 털어간다
아직 국내에는 보고된 사례가 없지만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명의를 사칭해 지인들에게 금품을 갈취하는 사기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시애틀에 사는 20대 남성의 페이스북 계정을 해킹한 범죄자는 이 남성의 친구들에게 '강도에게 잡혀 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내 2,000여 달러를 송금 받은 뒤 자취를 감췄다. 경찰은 "전화나 이메일 등 다른 형태의 명의도용 사기와 달리 SNS를 통한 사기는 추적이 어렵다"고 수사에 난색을 표했다.
심지어 SNS는 빈집을 노리는 범죄자들에게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영국의 한 보험사가 범죄경력이 있는 50명을 조사한 결과, 68%가 범행 전 목표로 하는 집 주인의 일상생활 정보를 수집한다고 답했다. 특히 이 가운데 12%는 정보수집을 위해 SNS를 이용했다.
황성원 한국인터넷진흥원 정책연구팀장은 "개인정보 유출을 비롯해 SNS의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방법은 아직 없다"면서 "페이스북의 공개 범위를 친구나 미공개로 설정하고 글을 올릴 때는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등 이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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