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중동의 모래바람에 무너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직 5선에 도전한 정몽준(60)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의 꿈이 중동의 모래바람에 막혀 좌절됐다.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카타르에 빼앗겼던 한국 축구는 또다시 중동세에 밀리면서 입지가 줄어들게 됐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 FIFA 부회장 선거에서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에게 져 낙선했다. 총 투표수 45표 가운데 정 회장은 20표를 얻는 데 그쳐 25표의 후세인 왕자에게 패했다. 이로써 94년 처음으로 FIFA 부회장에 당선됐던 정 회장은 FIFA 부회장과 집행위원 자격을 모두 잃게 됐다.
'2022년 월드컵 카타르 유치' 사건만큼이나 의외의 결과였다. 정 부회장은 단일 후보로 선거에 나섰던 2007년 때와는 달리 요르단의 후세인 왕자와 경선을 치러야 했다. 지난 16년간 아시아축구 발전에 기여했던 정 부회장의 영향력 때문에 후세인 왕자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요르단축구협회장과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회장을 맡고 있는 후세인 왕자를 밀어주기 위한 중동의 담합을 미리 예측하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WAFF에는 이라크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중동의 13개 국가가 가입돼 있다. 또 후세인 왕자는 아랍축구연맹(UAFA)의 공개적인 지지까지 받았다. 카타르 출신인 빈 함맘 AFC 회장도 자신의 영향력으로 후세인 왕자를 밀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 제프 블래터 FIFA 회장까지 정 부회장의 FIFA 회장 출마를 견제하기 위해 후세인 왕자를 돕는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정 부회장이 5선에 실패하면서 FIFA는 물론 AFC에서 차지하는 한국 축구의 영향력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대권 꿈도 타격 입을 듯
더욱이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실패한 데다 이번에 낙선함으로써 한나라당내 차기 대선 도전 꿈을 갖고 있는 정 부회장은 당분간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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