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웅 전국교직원노조 신임 위원장이 6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투쟁 중심에서 정책 능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조직구조를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1999년 합법화 이후 10여년간 고수해온 투쟁 노선 대신 학교 혁신과 수업 개혁 등 교육 정책의 대안 제시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전교조 내에서 온건파로 분류되는 장 위원장은 "전교조의 핵심 가치는 학교와 교실의 변화에 있다"며 "물리적인 투쟁을 포기하는건 아니지만 패러다임을 전환해 흐름을 돌려놓겠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노선 전환으로 해석되는 전교조의 이 같은 변화는 진보 성향의 교육감 탄생과 정부의 탄압으로 인한 조합원 이탈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전교조에 대한 탄압이 강화됐고, 이에 저항하다 보니 원래 해야할 일 대신 투쟁을 해야했다. 그러나 이젠 (진보 교육감의 탄생 등) 새 국면이 시작되는 만큼 참교육 운동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현장에 접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정책강화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전교조 산하 기관인 참교육연구소를 사단법인 형태로 전환해 '진보교육의 싱크탱크'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출범 초기인 90년만해도 전교조는 비리 척결과 교육 자치 등의 의제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등 각종 교육정책을 선도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2000년대 이후 관념적인 이념 투쟁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특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학업성취도평가 반대, 시국선언, 민주노동당 가입 사건 등으로 소속 조합원의 대규모 해직 사태가 벌어지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다.
장 위원장은 "정부가 전교조를 유례없이 탄압했지만 진보 교육감의 탄생은 우리의 주장이 상당 부분 옳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원평가 반대 투쟁 등에 대해선 "교사들이 자신의 권리만 내세우는 것으로만 비쳐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위원장은 "수뇌부가 바뀐 교육과학기술부와도 상생의 틀을 만들고 싶다"며 조만간 이주호 장관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 전교조 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장관 퇴진 운동' 배너를 내리는 등 상징적인 화해 제스처도 취하기로 했다.
진보 교육감에 대해 장 위원장은 "서울 경기 전북 등 교수 출신의 교육감이 많은 만큼 전교조에서는 초ㆍ중ㆍ고교와 관련된 정책을 생산하고, 진보교육감의 정책이 현장에 착근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면서도 "실력이 없다면 함께 갈 수 없기에 비판과 견제를 하겠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조치는 너무 준비 없이 나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전교조 신임 집행부의 변화와 관련해 내부 강경파들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조직 내부 결속 여부가 향후 전교조의 노선 변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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