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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시장 지배력 강화·신사업 발굴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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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시장 지배력 강화·신사업 발굴 '승부수'

입력
2011.01.0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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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투자] 세계 제조기업 최고 수준시설 투자 30조 육박 R&D 14% 증가한 12조

앞으로 10년을 100년으로 가는 도전의 시기로 본 이건희 회장이 올해 43조1,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승부수를 던졌다.

경쟁사가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의 투자로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선제적 투자로 신수종 사업의 발판도 마련하겠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대부분의 사업과 제품을 10년 후엔 새로운 사업과 제품으로 바꿔 놓겠다는 그의 구상이 행동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어디에 쓰나

먼저 43조1,000억원의 투자액 중 가장 큰 분야가 '시설투자'라는 점은 시장 지배력 강화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총 투자액의 무려 70%에 가까운 29조9,000억원이 이 곳에 쓰이는 것. 지난 해보다도 20%나 늘어난 규모다. 반도체 12조원을 비롯, LCD에 4조원, TV에 1조2,000억원이 투자된다.

모두 세계 1위 품목으로, 승자 독식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특히 최근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일본 엘피다가 대만 반도체 회사들을 인수ㆍ합병하며 연합 전선을 펴고 있는 데 대한 대응의 측면도 없잖다. 경쟁사로서는 숨이 막힐 수준이다.

이에 비해 연구개발(R&D) 투자로 전년 대비 14%나 증가한 12조1,000억원을 투자키로 한 것은 기존 사업 기술력을 계속 선도해 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미래 신수종 사업의 핵심 기술력 확보와 준비에 주력하겠다는 뜻이 더 커 보인다.

눈길을 끄는 것은 1조1,000억원의 자본 투자를 하겠다는 대목이다. 이는 이 회장이 신년사에서 "삼성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라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기꺼이 협력하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밝힌 데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메디슨을 인수합병(M&A)한 것처럼 미래 신수종과 관련된 사업의 M&A에는 적극 나설 것이라는 신호이다.

글로벌 제조업체 중 세계 최대 투자

삼성이 올해 투자키로 한 43조1,000억원은 지금으로서는 전 세계 글로벌 제조기업 중 최대일 가능성이 높다.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위인 월마트의 연간 투자액은 140억달러 내외다. 2위인 엑슨모빌의 경우도 연간 투자액이 250억~300억달러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페트로차이나가 3,000억~6,000억위안(한화 50조~10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은 있지만 제조업은 아니다.

정보기술(IT)ㆍ전자 기업 중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지난해 투자액이 87억달러 정도이다. 재계 관계자는 "어느 부분에 얼마를 투자하느냐는 사실 기업 비밀인데다 나라별로 동일한 기준도 없어 투자액이 가장 많은 곳을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그러나 삼성의 경우 설비투자 규모가 압도적인데다, 연구개발(R&D) 투자도 이에 못지 않아 다른 글로벌 기업에 비해서 총 투자 규모가 많을 수 밖에 없는 독특한 구조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총 투자액 43조1,000억원 중 시설투자 29조9,000억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600대 기업의 시설투자 106조원(지난해 10월 전경련 조사 결과)의 30%에 가까운 규모다.

사회적 동반자로서의 책무

이와 함께 삼성이 사상 최대 규모 투자와 함께 사상 최대 채용을 결정한 것도 주목된다. 사상 최대 투자를 단행하는 만큼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인재를 중시하는 삼성의 문화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다.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부터의 경영 철학이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작용했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삼성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청년실업 등 실업문제 해소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도 "기업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회적 공헌은 역시 일자리 창출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은 신년사에서 "삼성은 이제 주주와 고객, 협력업체는 물론 우리의 모든 이웃과 함께 더불어 성장하는 '사회적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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