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남선녀를 내세운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인 줄 알았다. 역시나 두 젊은 남녀의 티격태격 사랑이 골조를 이루고 행복한 사랑이 끝을 장식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꽤 참신하고 오락적인 요소도 많다. ‘러브 앤 드럭스’는 수작은 아니지만 배꼽 잡는 폭소와 의외의 따스함을 안겨주는 영화다.
배경은 1990년대 후반. 타고난 바람둥이인 제이미(제이크 질렌할)는 대형 제약업체 화이자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의사들의 마음을 사려 한다. 그는 영업을 하는 와중에 한 병원에서 파킨스병 환자 매기(앤 해서웨이)와 눈이 맞아 연인이 된다. 비아그라의 개발로 실적이 부쩍 늘어난 제이미는 고급 스포츠카 포르쉐를 몰 정도로 인생 황금기를 맞이하는데 매기의 병은 깊어만 간다. 매기는 육체적 관계로만 맺어졌다고 애써 제이미를 밀쳐내고, 제이미는 그런 매기에게 진정한 사랑을 고백한다.
예상 가능한 사랑 영화이지만 젊은 두 주인공의 외모가 스크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질렌할의 상큼한 미소만으로도 심장이 박동칠 여성 관객이 적지 않을 듯하다. 무엇보다 해서웨이의 연기가 도드라진다. 남자와 만나자마자 잠자리를 함께 하는 활달한 외면과 파킨슨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진한 노출도 서슴지 않는 그는 할리우드의 현재를 짊어지고 미래를 이끌 재목이다. 질렌할과 해서웨이는 올해 골든글로브 남녀주연상 후보에 나란히 올랐다.
색을 밝히면서도 정작 순진무구한, 제이미의 뚱보 동생 조시(조시 게드)의 엽기적인 행각도 큰 웃음을 부른다. 그는 제이미와 매기의 침실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보며 몰래 즐거움을 찾곤 하는데 불쾌하기보다 유쾌하게 다가온다.
처방에 영향력 있는 의사를 꼬드기기 위해 제약사 직원이 채홍사 역도 마다하지 않는 제약업계의 치열한 마케팅 다툼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화이자가 비아그라를 마케팅 도구로 이용해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하던 다른 약까지 팔아 치우는 장면도 눈길을 끄는 대목. 쾌락을 위한 약을 개발해 돈벌이에 이용하면서도 정작 삶을 위협하는 파킨슨병 약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제약업계와 미국의 의료실태를 에둘러 비판하는 점도 이 영화의 미덕이다. ‘가을의 전설’의 에드워드 즈윅 감독. 제목은 발기제로도 얻을 수 없는 진정한 사랑을 표현한 듯하다. 단출한 이야기에 비해 112분의 상영시간은 좀 길다. 13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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