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길었던 재판이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3차 공판은 4일 오후 시작돼 장장 12시간 30분간의 공방 끝에 날을 넘겨 5일 새벽 2시30분에야 끝났다. 내국인 대상 재판으로는 '역대 최장'이라는 비공식 기록을 갖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최근 집중심리를 하는 재판부가 늘면서 자정 직전까지 심리가 진행되는 경우는 있지만, 자정을 훌쩍 넘겨 새벽에 끝난 재판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 시간만 놓고 보면 최장 재판 기록은 2007년 론스타 사건이 보유하고 있다. 당시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한 재판이었다. 이 재판은 오전 10시에 시작돼 다음날 오전 4시에야 끝이 났다. 그러나 이때는 증인이었던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의 통역, 출국 문제로 심리가 길어졌던 것. 순수하게 재판 과정만으로 보면 한 전 총리 재판이 사실상 역대 가장 길었던 재판인 셈이다.
4일 오후2시 공판 시작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510호 법정은 이미 방청객들로 가득 찼다. 방청석은 진작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자리를 잡지 못한 이들은 법정 벽면에 기대거나 아예 법정 맨바닥에 앉았다. 공판이 시작되자 검찰은 증인의 육성이 담긴 녹취물을 공개할 뜻을 밝혔고, 변호인은 절차 문제를 들어 반대하며 맞섰다. 양측은 본격 신문 절차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1시간 넘게 옥신각신했고 결국 재판부는 3시20분께 1시간 휴정을 선언했다. 개정 후에도 양측은 녹취물 공개 여부를 놓고 공방을 계속하다 다시 짧은 휴정을 거친 뒤 오후6시가 돼서야 비로소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 대한 검찰 신문이 시작됐다.
검찰 신문이 끝난 시각은 오후 9시께. 변호인 반대신문과 검찰측 증인 3명 대질신문 등이 줄줄이 남아 있었다. 초조해진 재판부는 심리를 다음 기일로 미루자고 했지만 이번에는 대질신문을 기다리던 검찰측 증인 3명이 재소환을 거부하고 나섰다. 다시 10분간 휴정, 그 후에도 일정이 조율되지 않자 재판부는 지친 모습의 방청객들을 죽 둘러보더니 "9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저녁을 먹고 결정하자"며 다시 휴정을 선언했다.
하지만 10시30분 다시 만난 양측은 또 절차 문제로 맞섰다. 30분간 증인 3명 대질신문 절차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다 다시 휴정. 재판부는 11시가 넘은 시각에 증인 3명을 설득해 신문을 11일로 연기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만 진행키로 결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5일 0시께 시작된 변호인 반대신문은 오전 2시30분에야 끝났다. 12시간30분의 마라톤 재판이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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