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각 시도교육청-교원노조간의 단체교섭때 교육 정책, 인사, 학생 인권에 관한 내용을 교섭 안건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의 매뉴얼을 지난달 27일 일선 교육청에 내려 보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교과부는 교원노사가 단체 교섭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는 안건은 임금, 근로시간, 후생복지 등 교원의 근로조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항에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강원도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조 강원지부가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학업성취도 평가 금지 등 교육 정책과 인사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교과부가 작성한 단체교섭 업무 매뉴얼에는 단체교섭 요구 대응, 사전협의, 요구안 분류, 결렬시 대응, 체결 등 교섭의 절차와 방법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특히 교육정책, 교육감ㆍ학교장의 인사권, 교육과정, 학생인권 등 제3자에 관한 사항은 비교섭 대상으로 분류했다. 예를 들어 고교평준화 확대, 무상급식 확대, 0교시 수업 폐지, 일제고사 폐지 등의 내용은 단체협약에서 빠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원도교육청과 전교조 강원지부는 학교우열반 편성 금지, 교원 인사문제와 관련된 규정의 제ㆍ개정시 협의회에 노조 추천자의 참여 보장 등에 합의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시도마다 단체교섭의 절차와 내용이 제각각이라는 지적에 따라 매뉴얼을 제작 배포한 것”이라며 “강원도 외에 진보 성향의 교육감 지역에서도 비교섭 사항이 단협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관리ㆍ감독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교조측은 “공무원노조법은 단체협약의 비교섭 대상이 명시돼 있지만 교원노조법에는 비교섭 대상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교과부가 노동부의 유권해석만 갖고, 교육감-교원노조의 자율적인 교섭에 개입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 지역도 단체협약과 관련해서는 입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과부의 지침 대로 교육 정책과 인사 부분은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말 전교조 서울지부, 한국교원노조, 서울자유교원조합, 대한민국교원조합 등이 공동으로 제출한 단체교섭안에는 학생인권 보장, 방과후학교 및 자율학습 운영 개선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협상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도 “지난해 2월 단체협약을 체결했으나 교육 정책, 인사와 관련된 사항은 포함되지 않았고, 현재 새로운 협상은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광주시교육청은 단체교섭에 대한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단체교섭을 진행중인 전남도교육청도 서울시교육청과 마찬가지로 교과부의 매뉴얼에 따라 교섭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정부의 지침이라 따를 수 밖에 없지만 교원노조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다”며 “오히려 교과부가 매뉴얼을 만들어 협상만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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