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풍미했던 야구선수에서 로커로, 다시 뷰티숍 사업에 대학강사로 ‘인생 변화구’를 즐기던 그가 돌고 돌아 마침내 야구공을 다시 잡았다.
지난해 4월 경기 하남시 초이동에‘J47 스포츠 스쿨’을 연 ‘야생마’이상훈(40)이 후진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90년대 LG 마운드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후배 전승남(37)과 손을 잡았다.
최고 투수에서 최고의 조련가로
이상훈은 지난 2004년 은퇴 후 6년 만에 ‘야구계’에 복귀한 셈이다. 사회인야구팀에서 가끔 코치를 한 적은 있지만 야구 관련 일로 명함을 파고 직업으로 삼은 건 처음이다. 아직도 어린 선수들에게 ‘우상’인 이상훈의 존재는 이 곳에서도 절대적이다. 이상훈은 “은퇴 후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도 사회인과 유소년 등 아마추어 야구 발전에는 늘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훈은 현역 시절에도 한번도 써 보지 않았던 포수 마스크까지 쓴다. 강인한 카리스마를 가진 최고의 왼손 강속구 투수로 기억되는 이상훈과 사이드암 출신의 전승남이 빚어내는 무궁무진한 훈련 프로그램은 수강료가 아깝지 않은 최고의 선물이다.
사설 야구 클럽 저변 확대
도심 한복판에서 불과 20여분 남짓한 거리에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일반 물류창고를 개조해 만든 훈련장 외에도 탁 트인 실외 훈련 공간까지, 대자연 속의 야구장이었다. 중고생들부터 야구를 좋아하는 일반인에까지 입소문이 퍼져 현재 약 50여명의 수강생이 이 곳을 찾고 있다. 이상훈은 “학교나 소속팀에서 채울 수 없는 부분들을 골라 맞춤형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드웨어’도 프로팀 못지 않다. 실내 훈련장에는 인조잔디와 그물망을 설치했고, 실외 공간까지 피칭 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네 군데나 된다. 김성은 전 LG 트레이너가 이곳의 ‘공식’트레이너로 힘을 보태고 있다.
야구는 마음의 고향
국내 최고의 왼손 투수로 기억되는 이상훈이 95년 기록한 선발 20승은 왼손투수로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다. ‘좌완 영건’들의 우상이다. 지금 최고 왼손투수로 꼽히는 김광현(SK)은 아직도 공식 석상에서“이상훈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이상훈은 97년엔 마무리로 변신해 구원왕(47세이브포인트)를 차지했고, 이듬해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 진출한 뒤 미국을 거쳐 2002년 LG로 복귀했다. 2004년 SK로 트레이드된 뒤 시즌 도중 “더 이상 공에 혼을 실을 수 없다”며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만큼은 야구를 진심으로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던 이상훈. 야구공을 다시 잡은 지금도 후배들에게 모든 걸 물려주기 위해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하남=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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