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사회 문제 실시간 감시 비판…뉴스 전달 여론 형성의 큰 창으로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는 권력과 부딪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소셜은 자발적, 비공식적, 수평적, 역동적인데 비해 권력과 제도는 공식적, 위계적, 정적이고 완고하기 때문이다." <소셜 네트워크 e혁명> 의 저자로 미디어 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매튜 프레이의 말이다. 소셜>
그는 정치ㆍ사회ㆍ경제적으로 영향력을 넓혀가는 SNS를 '네트워킹 권력'이라 부르면서 권력의 분산을 초래하고 있다고 봤다. SNS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학문적 공상이 아니다. 최근 트위터 발(發) 혁명인 '트윗볼루션'(Twit-volution)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지난해 2월 여야 의원의 압도적 찬성(재석 191명 중 187명 찬성)으로 통과된 '헌정회 육성법'개정안. 전직 의원에게 65세 되는 날부터 평생 매달 13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신문 방송 등 기존 매체가 아닌 트위터로 알려졌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 "전직 의원에게 국가 예산에서 고령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언론은 뒤늦게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트위터나 페이스 북, 혹은 인터넷 토론방에서 시작된 특정 사안에 대한 논란을 기성 언론들이 추종, 보도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기존의 권력이 저지르는 부정과 권한남용이 SNS 망에 걸려 철퇴를 맞는 일도 심심치 않다. 지난해 11월 한 포털 사이트 토론방에 성추행 고소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60대 여성 피해자에게 성희롱을 했다는 글이 올라오자 삽시간에 네티즌들에게 퍼져 해당 경찰서장이 유감을 표명하고 자진해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일도 있다.
태풍'곤파스'가 수도권을 덮쳤을 당시 광화문 일대가 물바다가 된 일, 강남 파이낸스타워 화재, 부산 해운대 아파트 화재소식도 트위터를 통해 먼저 퍼졌다. 탁월한 현장성과 즉시성, 엄청난 수의 트위터러와 팔로어 때문이다. 소셜 네트워크가 기존매체가 전담했던 의제설정과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영역을 침범(?)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언제 어디에나(Ubiquitous) 있는 트위터러와 팔로어를 감안하면 정치ㆍ경제권력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SNS의 역할은 향후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다. 미국 컴퓨터 회사 델(Dell)이 겪은 사례가 좋은 보기다. 개인 블로그 '버즈머신'(Buzz Machine)을 운영하는 파워 블로거 제프 자비스(Jeff Jarvis)는 노트북 수리 과정에서 델이 성의 없는 태도를 보이자 블로그에 "델은 형편없다"는 글을 올렸다. 온라인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된 사태는 언론에 보도됐고 급기야 델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결국 경영진이 나서 직접 사과하면서 일단락됐다. 이강석 소셜웹트렌드연구회 대표는 "확산 속도가 빠르고 트위터러와 팔로어간의 신뢰가 형성돼 있는 SNS는 그간의 불매운동 이상의 파괴력 있는 영향을 기업에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소셜 네트워크가 큰 힘을 발휘하면서 선거운동의 역사를 바꿨다는 평가가 있고 버락 오바마는 '페이스북이 만든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당선 당시 오바마의 페이스북에는 310만명이 팬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용자의 자발적 참여가 두드러진 SNS의 영향력은 홍보와 광고시장에도 큰 파장을 부르고 있다. 펩시는 지난해 초 23년간 해 온 슈퍼볼(Super Bowl) TV광고를 중단하고 대신 광고수단으로 페이스북을 선택했다. 경쟁사인 코카콜라도 페이스북을 통해 1,000만 명이 넘는 팬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TV 신문 라디오 등 기존 매체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제품 출시일 회사 이미지 등의 정보를 전달한다.
국내에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달 안드로이드용 새 애플리케이션 출시 소식을 자신의 트위터(@yjchung68)를 통해 처음으로 알렸고 지난해 11월 열린 삼성전자의 갤럭시 S 발표장 모습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실시간으로 고객 의견이 현장에 전달되기도 했다. 최재용 MD코리아 대표는 "기업들은 적은 비용으로 수많은 고객과 만날 수 있고 소비자들은 SNS를 통해 기업을 신뢰하고 상품을 소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 위급한 아기 구하고 자살 시도 막고…
이주노동자 라주(37), 리피(29)씨는 최근 쌍둥이 딸을 돌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7개월 남짓 된 세뚜(1)와 심나(1)는 말똥말똥 눈을 맞추다 웃을 뿐이지만, 부부는 한없이 고마운 심정이다. 7개월 전 각각 640g, 1,400g의 초미숙아로 태어난 두 아기는 탈장 동맥관개방 미숙아망막증을 앓아 생명을 건 사투를 벌였고 석 달 뒤 부부는 3,000만원이 넘는 치료비를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가난한 부부에게 희망을 준 것은 트위터(본보 2010년 9월 16일자 참조)였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이병섭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 사연을 소개했다. "퇴원을 앞둔 이주노동자의 쌍둥이 미숙아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3,000만원 넘게 비용을 내야 한다"는 내용. 이 교수의 팔로어는 불과 160여명이었지만 그가 올린 단문의 힘은 강했다. 이용자들의 네트워크를 타고 글이 퍼지면서 각종 단체와 개인이 보낸 후원금은 4,000만원에 육박했다. 후원금으로 쌍둥이는 꾸준히 통원치료를 받았고 새로운 후원단체도 소개 받았다. 이 덕에 망막증을 앓던 세뚜는 상당히 시력을 회복했다. 동생 심나도 넉 달 뒤 난청 수술을 받으면 거의 치료가 완료된다. 라주씨는 "한국인의 착한 심성과 트위터 덕분"이라고 감격했다.
SNS가 희망의 씨앗을 퍼뜨리고 불행을 막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빠른 전파력과 실천력으로 무장한 SNS 이용자들은 지난해 1월 희귀 혈액 부족으로 위독한 1살짜리 영아의 사연을 널리 알렸다. 이 덕분에 꼭 3시간 만에 희귀혈액인 RH- O형 기증자가 6명이나 나타났다. 지난해 7월에는 한 여성이 트위터에 자살을 예고한 내용이 번지면서 경찰이 여성의 위치를 파악하고 현장에 출동, 비극을 막았다.
박선주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연구원은 "SNS는 원래 알던 주변사람에서부터 인맥을 넓혀나가는 특징이 있다"며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사연보다 내가 아는 사람이, 나의 팔로이가 트위터 등에 올린 글에 믿음을 가져 감동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믿을 만한 보통사람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실시간으로 전해 받은 대중들이 자신만 정보를 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대중에게 전달하는 소통 구조 덕분에 SNS는 계속해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혜영 기자 shine@hk.co.kr
■ 한국적 소통의 진화
어느 사회나 외래문물이 유입되면 기존의 사회적 환경에 맞춰 쓰임새가 변형되기 마련. 2년 전 스마트폰 도입과 함께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트위터도 우리나라에서 남다른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우선 국내 이용자들은 트위터를 인맥을 넓히는 도구로 적극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트위터로 각종 ‘당’을 만들어 온ㆍ오프라인 모임을 운영하는 게 대표적인 예. 외국과 달리 트위터가 메신저와 인터넷 카페 역할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해외 사용자들이 주로 정보를 얻는 데만 이용하는 것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트위터가 국내에서 이런 독특한 문화를 가지게 된 데는 다분히 토종 SNS의 영향이 크다. SNS의 원조격인 아이러브스쿨이나 싸이월드에 익숙한 국내 사용자들이 트위터에도 적극적으로 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토종 SNS는 동문 찾기나 일촌 맺기 개념을 도입, 지인을 넓히고 소통하는 도구로 큰 인기를 얻었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휴대성을 등에 업은 트위터가 유사한 역할을 떠맡으면서 국내에서 크게 확산되는 추세다. 실제로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컴스코어(Comscore)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SNS 이용자 증가율은 전년대비 57%로 러시아(7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더욱이 우리 트위터러들은 ‘맞팔(트위터 사용자끼리 서로 팔로어가 되는 행위)은 에티켓’으로 여긴다. 팔로이(Followee)에게 맞팔을 요구하는 모습은 싸이월드의 친구 맺기에 익숙한 한국 사용자들에게만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이다. 맞팔률과 팔로어 수에 집착하는 것도 한국 트위터 사용자들의 특징. 맞팔률과 팔로어 수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 사이트가 인기를 끄는가 하면 올린 글 하나 없이 팔로워 수 만 명이 넘는 계정도 등장해 트위터가 과시의 대상이 된 측면도 없지 않다.
배운철 소셜미디어전략연구소 대표는 “맞팔을 요구하거나 팔로우 수에 집착하는 것도 트위터 목적에 대한 한국의 독특한 인식과 인맥이 능력으로 인정받는 한국 정서가 맞물려 생기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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