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가 선정됐다. 미디어법 제정부터 사업자 발표에 이르기까지 상식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일들이 무수히 일어났지만, 결국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조중동매연'의 방송사업 진출로 마무리되었다.
선정된 종편 사업자는 모두 보수적 성향을 가진 신문사이다. 미디어법의 명분 중 하나인 여론 다양화에 역행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 언론인, 시민단체 등에서 걱정하고 비판하고 있으니 이 자리에서 부연할 필요는 없겠다. 오히려 진보ㆍ보수의 프레임에 갇히면 핵심을 놓칠 수도 있다.
언론과 권력 공생이 문제
문제는 언론과 권력의 공생이다. 지난 2년간 종편 사업권은 정치 권력이 (일부) 언론을 자발적으로 복종하게끔 만든 효과적인 당근이었다. 선정이 끝난 지금, 이제는 추가 특혜들이 하나 둘 새로운 당근으로 등장한다. 언론은 정치 권력에 끌려가거나 혹은 자사의 이익을 위해 공격적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어찌 되든 언론의 권력 감시ㆍ비판 기능은 점점 무뎌질 수밖에 없다.
미디어법의 또 다른 명분은 콘텐츠 산업의 발전이었다. 이상하다. 동네에 치킨집이 2개 있다가 5개로 늘어나면 치킨 산업이 발전하나? 8조원 수준의 광고시장으로는 한 개의 신규 사업자도 생존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런데 4개 사업자가 '생존을 위한' 전쟁을 치르는데, 과연 시청률을 무시하고 고상한 다큐멘터리나 방영할까? 아니다. 안타깝지만 인정해야 한다.
품질이 시청률을 보장하지 않는다. 완성도가 광고 수입을 가져오진 않는다. 그래도 만약 '산업의 발전'을 어디선가 찾고자 한다면, 일본 에로물(AV) 시장을 참고할 수는 있겠다. 이도 분명 콘텐츠 산업의 일부이고 이 같은 시장의 확대도 수익을 만들어낼 테니. 그런 의미에선 분명 콘텐츠 산업이 발전되리라.
생각해보면 종편 사업자 선정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시청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정치 권력 산업 이윤만이 변수로 작동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목표대로 광고시장이 2015년에 14조원 정도가 된다면, 시청자들은 정녕 행복해질까? 중간광고와 간접광고(PPL)가 난무하는 것이 방송시장의 발전이라면, 과연 시청자들이 그 발전을 지지할까?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신문사들은 시청자 복지와는 무관한 추가 특혜만을 요구하고 있다. 벌써 황금채널, 광고의 비대칭 규제, KBS 광고 축소 등의 '정책적 제안'을 쏟아낸다. 불공정하다. 밭 한 뙈기 떼어주면 농사 지으며 살겠다더니, 이제 와서 물도 대달라, 비료랑 농기구 내놔라, 떼를 쓰는 모양새다. 그토록 방송사업 진출을 열망했던 기업들이라면 정글에서 생존해야 한다.
최악 시나리오 막는 고민을
문제는 모든 사업자가 정글의 승자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언론 권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광고를 수주하더라도 전체 파이가 획기적으로 커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어쩌면 몇 년 이내에 타의에 의한 통폐합과 대기업 자본의 유입을 겪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다. 권력(집단)에 더해서 자본(가)에 봉사하고 영합하는 방송저널리즘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콘텐츠 산업은 내실 없이 덩치만 비대해질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은커녕 실업자 양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악을 막기 위한 뾰족한 대안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제부터라도, 정치와 산업이 아닌 인간과 문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절대 명제로 놓고 차근차근 다음 단계를 고민할 때다.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