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4일 개헌 문제를 둘러싸고 “2중대”라는 말을 주고 받으며 격한 설전을 벌였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이회창 선진당 대표가 전날 회동에서 ‘개헌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이 계기가 됐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3일) 개헌을 하겠다고 사단장(안상수 대표)을 시켜 2중대(자유선진당)를 방문하게 했다”며 “2중대장에게 개헌을 하자고 하니 명령에 복종하는 답변을 했다. 그게 바로 선진당”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여권이) 개헌 불씨를 살려보려고 여기저기에 얘기하고 있는데 군소정당에 불을 때봐야 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선진당은 창당 이래 지금까지 국가 대개조를 위해 21세기형 개헌을 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며 “민주당은 귀머거리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천안함 폭침 사고 때 보여준 언행만 보더라도 민주당은 외눈박이처럼 북한 정권을 편들며 감싸는 북괴 노동당 2중대”라고 맹비난했다.
이회창 대표는 이날 창조한국당 이용경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안 대표와의 회동 때) 마치 둘이 (개헌 논의에) 합의한 것처럼 나왔지만 그런 것이 아니고 각자의 의견이었다”며 “개헌은 여야간 공감대가 형성돼야 가능하다”고 일정 부분 선을 그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개헌론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개헌 논의를 올해 초부터 시작해 6월 전까지 끝내야 한다”며 “여야간 합의만 되면 몇 달 안에 해낼 수 있지만 만약 6월 전에 안되면 논의를 끝내야 한다”고 거듭 개헌론을 제기했다. 그는 또 “유력한 정치지도자 또는 대권주자들이 ‘개헌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자기가 (대선에) 좀 유리해지면 ‘개헌이 되겠느냐. 시간이 늦었다’고 핑계를 대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저는 4년 중임 정ㆍ부통령제를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개인적으로 개헌 찬성론자이지만 (개헌은) 실기했다”며 “(여권이) 통일된 안도 만들지 못하면서 모든 실정의 이슈를 개헌으로 뽑아버리려는 정략적 태도를 갖는 것은 야당을 흔들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개헌을 하고 싶다면 (여권이) 통일된 안을 먼저 내놓고 얘기하자고 역제안한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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