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새끼야, 너 때문에 X됐다. 빨리 해!” 주부 정모(45)씨는 친구들과 함께 집 거실에서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하는 말을 부엌에서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요즘 아이들이 욕을 많이 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아들이 그런 말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어디서 배웠냐고 물으니 친한 형들이 자주 하더라는 말에 정씨의 걱정은 더욱 커졌다. 친한 형 중 하나는 3학년에서 회장까지 하며 착한 아이로 소문난 같은 아파트 옆 동 아이였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욕설이나 비속어를 어느 정도 사용하는지에 대한 정부 합동 실태조사결과가 나왔다. 욕을 추임새처럼 입에 달고 다니는 청소년들의 언어사용 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마련에도 착수했다.
4일 여성가족부와 교육과학부 등 5개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국무회의에 보고한 ‘청소년 언어사용 실태’에 따르면, 조사대상 초중고생 1,260명 중에서 925명(73.4%)이 매일 한 차례 이상 욕설을 한다고 응답했다. 열명 중 일곱명 이상이 욕설을 한다는 얘기다.
욕설 사용 빈도를 묻는 질문에는 ‘가끔 사용한다’가 41.8%로 가장 많았고, ‘자주 사용한다’는 18.8%, ‘습관적으로 사용한다’가 12.8%였다. 반면,‘욕설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학생은 5.4%에 불과했다. 욕설 사용 대상은 친구가 70.3%로 가장 많았고, 형제(11.7%)나 후배(8.4%) 등과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이 욕설을 습득하는 경로는 ‘또래 친구’가 전체의 47.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인터넷 등 대중매체도 40.9%로 높은 비중으로 그 뒤를 이었다.
비속어, 유행어, 은어 사용에 대해 청소년의 절반 가량이 ‘별 느낌 없다’고 말해 욕설이 습관화했음을 보여주었다. 더구나 자신이 사용하는 욕설의 의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27%만이 알고 있을 뿐이며, 대다수가 그 뜻을 알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부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 4,852명을 대상으로 별도로 조사한 ‘청소년 디지털 이용문화 실태’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온라인게임 중 욕설을 한다는 응답이 52.2%로 절반을 넘어섰고, 인터넷(커뮤니티ㆍ채팅ㆍ댓글) 이용과 TV 시청 시에도 각각 44.6%, 10.6%가 욕설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 같은 실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터넷 등 각종 매체에 대한 언어 규제 및 자율 정화, 매체 종사자에 대한 언어ㆍ청소년 보호 교육 등을 담은 청소년 언어생활 건전화 방안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여성부 관계자는 “청소년 욕설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만큼, 청소년용 언어사용지침을 개발ㆍ보급하는 등 관련 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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