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잡을 때 권총도 쏘기 어려운 판인데 소총 쏠 일이 언제 있겠어. 인사고과에 반영도 안 되니까 더 대충 하는거지. 위에서도 그러려니 하는데 솔직히 세금낭비야."
경찰이 매년 실시하고 있는 K-2소총 사격훈련에 대해 서울시내 경찰서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의 말이다. 소총사격훈련 무용론이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매년 경찰의 교육훈련 일정에는 꼬박꼬박 잡히면서도 훈련에 대한 성과 측정 및 관리는 전무해 결국 시간, 인력, 실탄 낭비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5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본청과 지방청 근무자를 제외한 전국 경찰 가운데 경위 이하 모든 경찰은 매년 1회 K-2소총 사격훈련을 받아야 한다. 전체 경찰 10만 1,100여명 중 대상자는 7만 9,600여명. 소총사격훈련은 영점사격 3발을 포함해 13발이 기본으로 인근 군부대의 협조를 얻어 주로 부대 사격장에서 실시한다. 수십만 발의 실탄 구입비용과 소총의 감각상각 등을 감안하면 한해 비용만 수십억 원의 예산이 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대외비라며 정확한 예산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소총사격훈련의 목적은 혹시나 있을 지도 모를 대간첩작전 수행. 하지만 훈련을 주관하는 쪽이나 받은 당사자들이나 무성의하고 형식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훈련에 참가했다는 한 경찰관은 "사격장까지 가는 데 차로 1시간이나 걸렸지만 정작 사격은 연발로 2초 만에 끝냈다"며 "이럴 시간에 차라리 순찰을 도는 게 나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경찰청 관계자 역시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권총사격, 체력검정과 달리 소총사격은 인사고과에 반영되지 않아 결과 자체를 보고받지 않는다"며 "소총사격훈련은 각 경찰서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런 저런 이유로 소총사격훈련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서울의 한 경찰서의 경우 훈련대상자 500여명 중 지난해 상반기에 훈련을 받지 않은 절반 가량은 G20과 강추위, 폭설 등으로 계속 연기돼 결국 훈련을 받지 않았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격은 경찰관이 지녀야 할 기본능력 중 하나지만 권총에 비해 그 쓰임이 적은 소총의 경우 훈련의 필요성 여부를 검토해 아예 없애거나 제대로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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