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새해 들어 연일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다.
5일 '남북 당국간 무조건적인 회담 개최'를 전격 제안한 북한의 연합성명은 지난 1일 대화와 협력을 강조한 신년 공동사설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공동사설에서 '남북 대결 해소'를 강조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첫 자리에 놓고 북남 사이의 대화와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도발로 조성된 대남 강경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무색케 하는 내용이다.
연합성명은 "당국 사이의 회담을 무조건 조속히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의제도 한반도 긴장완화와 화해ㆍ단합, 협력사업 등에 국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남측의 선택에 따라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북남 대결상태의 해소는 현실의 절박한 요구"라고 밝힌 북한 노동신문의 논설도 남측을 겨냥한 유화 제스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잇단 대화 제의 배경에는 일단 내부 문제로 인해 남북대화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2년 '강성대국 원년'을 불과 1년 앞둔 북한 입장에선 김정은 후계체제 안착을 위해 남북관계의 안정성을 꾀하고 남측의 경제적 지원을 통해 자립경제의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또 북핵 문제 해결의 지름길인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남북관계 진전'이 선행돼야 한다는 미국 등의 요구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9일 열릴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도 미국이 요구하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과거를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만날 용의가 있다"는 성명의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팩스와 연하장 등을 통해 대남 선전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북한의 행동으로 볼 때 북한에 우호적인 남측 세력을 끌어들여 '남남 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의 제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과거 대남공세와 크게 다른 내용이 없다"며 의례적인 선전ㆍ선동 전술로 평가절하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군사적 도발 이후에는 반드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노렸다"며 "위협과 대화를 오가는 북한의 전형적인 이중전술"이라고 혹평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북한이 무력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노력, 비핵화를 위한 최소한의 성의 표시를 하지 않는 한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하지만 우리 정부도 '남북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북한 제의를 무조건 일축할 수만은 없다. 따라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탐색하면서 대화 가능성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6일 북한의 제의 의도에 대해 진지한 검토 작업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열기 어려운 만큼 비공식 접촉을 통해 남북관계 해법이 모색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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