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학교장 통고제'활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장 통고제는 1963년에 만들어졌으나 거의 활용되지 않아 사문화되다시피 한 제도다. 비행학생을 관할 법원에 통고, 판사가 보호처분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경ㆍ검찰의 수사과정이 생략돼 학생에게 현실적ㆍ심리적 낙인이 찍히지 않는다. 체벌 금지조치로 교권실추 논란이 일자 착안한 방법이다.
학교장 통고제가 처벌이 아닌, 계도 목적의 제도라는 점에서 반대할 이유는 없다. 재작년에 법무부가 이 제도의 폐지를 주장한 바 있으나 실효성이나 교육적 효과보다는 수사권 침해 등 사법관할권 다툼 성격의 문제 제기여서 크게 주목 받지는 않았다. 다만, 이 제도가 널리 시행될 경우 수사기관을 통해 사법처리해야 할 사안과 학교장 통고제를 활용할 사안의 기준이 애매해져 형평 논란이 제기될 소지는 있다. 또 학교현장에서 성의 있는 교육과 계도를 기피, 걸핏하면 문제를 법원에 전가하는 안이한 풍조가 생길 수도 있다. 교육청은 이런 우려에 대해서도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벌써 여러 번 지적한 바 있지만 해당 교육청들이 체벌 금지라는 엄청난 교육실험을 강행하면서도 정작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는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학교장 통고제 등이 질금질금 나오고, 아직도 체벌금지 매뉴얼을 다듬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무책임하게 저질러놓고 뒤늦게 수습하느라고 허둥대는 모습에 기가 막힐 뿐이다. 좋은 정책도 철저한 준비를 통해 실천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함을 분명히 배웠기 바란다.
무엇보다 체벌 금지 대안이 여전히 대체처벌 방안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안타깝다. 학교와 교사들이 체벌 없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책임과 자율성을 키우는 교육을 고민하기보다는 그저 이 상태로는 못 가르쳐 먹겠으니 다른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투정해대는 모습은 보기 딱하다. 따지고 보면 학교장 통고제를 포함한 대안들 모두가 처벌방식만 바꾸는 일차원적 조치일 뿐이다. 체벌 금지가 자연스러워지도록 교육문화와 여건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안도 좀 내놓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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