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의 싸움', '지옥훈련' 등 스포츠에서 흔히 쓰는 수사(修辭)도 다카르 랠리 앞에서는 의미를 잃는다. '죽음의 레이스'라 불리는 다카르 랠리는 인간과 자동차의 한계를 동시에 시험하는, 지구상에서 최고로 악명 높은 오프로드 모터 스포츠 이벤트다. 다카르 랠리의 정식 명칭은 파리-다카르 랠리다. 프랑스 파리를 출발해 세네갈의 다카르에 이르는 코스에서 자웅을 겨뤄왔기 때문이다.
1979년 시작된 다카르 랠리는 2008년을 기점으로 변화를 맞았다. 2008년 레이스 전 알 카에다의 테러 위협이 발견되면서 대회 자체가 취소됐다. 이후 다카르 랠리는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지르는 전통을 버리고 남미로 눈을 돌렸다. 2009년부터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출발, 칠레를 거쳐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돌아오는 여정을 밟고 있다.
올해도 2일(한국시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시동을 건 다카르 랠리는 칠레의 항구도시 아리카를 돌아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돌아온다. 16일간 13개 구간을 거치며 총 9,500㎞(5,903마일)를 달리는 대장정. 이번 레이스에는 바이크 부문에 186명, 4륜 바이크에 38명, 자동차 부문에 156팀, 트럭 부문에 72팀이 출전했다. 222㎞를 소화하는 1구간 자동차 부문에서는 지난해 우승자 카를로스 사인츠(스페인)가 2시간18분32초로 선두로 나섰다.
다카르 랠리는 예측 불허의 비포장도로가 대부분인 데다 '죽음의 대지' 사막에서 내내 사투를 벌여야 하기에 예기치 않은 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난다. 1982년 '철의 여인' 마가릿 대처의 아들 마크 대처는 6일간 실종됐었고, 1988년에는 6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최근인 2006, 2007, 2009년에는 각각 3, 2, 3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작년에도 여성 관중 1명이 출전 차량에 부딪혀 숨졌다.
최근에는 오사마 빈 라덴의 아들 오마르 오사마 빈 라덴이 다카르 랠리를 대체할 사막 횡단 경마를 제안하며 '평화의 대사'를 자처하고 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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