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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해군의 시인 줄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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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해군의 시인 줄 세우기

입력
2011.01.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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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해군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땐 해군이 연평도 포격으로 꽤 많이 긴장하고 있어 나는 말하지 않았다. 선배 시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해군이 문인들을 모아 해군을 지지하는 문학 단체를 만든다며 가입할 것을 부탁했다. 나는 해군과 해병대의 고향인 진해에서 태어나 자랐다.

선배에게 흔쾌히 그러마고 약속했다. 한참이 지나 해군본부의 모 소령이라고 밝히며 내 인적사항을 물었다. 나는 그에 답해주고 다시 연락이 올 것이라 믿으며 기다렸다. 며칠 후 전화도 아닌 문자 하나가 해군 본부의 그 소령에게서 날아왔다. '귀하의 인적사항에 대해 심사 중이니 참여 여부에 대해 통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불같이 화가 나서 해군본부로 전화를 했다. '나는 신분이 확실한 사람이고 자칭타칭 30년 가까이 열심히 시를 써 온 시인이다. 그런 나에게 해군이 검열을 하는 것은 시인의 위의를 짓밟는 일종의 폭력이라며 그 모임에서 내 이름을 빼 달라'고 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해군이 시인들을 줄을 세우는지 화가 났다.

인기 위주의 문학인을 모집해 서울 대방동 해군호텔에서 밥과 술, 숙박을 제공하고 해군 군함을 타고 바다로 나간다고 했다. 그 발상이 졸렬하다. 그 모임이 구성되었는지는 몰라도 나는 두 눈 부릅뜨고 해군의 무지를 지켜볼 것이다. 문제는 그런 모임이 공군에도 있다는 것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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