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9년 8월 북한을 방문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중국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금강산 관광 사업과 관련해 북한보다 남한에서 더 많은 난관에 직면해 있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는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입수한 미국의 외교전문을 인용해 1일 이 같은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andocu.tistory.com)를 통해 공개했다. 이 외교전문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가 현 회장의 방북 직후인 2009년 8월 25일 현 회장과 만나 식사를 하면서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해 본국에 보고한 것이다.
모두 10개 항으로 상세히 기술된 이 기밀 외교전문에 따르면 현 회장은 스티븐스 대사에게 8월 16일 김 위원장과의 만찬 내용을 설명하며 김 위원장이 당시 "북한과 일본과의 관계는 현재 사상 최악"이며 "중국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 회장은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반영하듯 김 위원장이 한 때 평양 거리에 일제 자동차의 통행을 금지시키는 명령을 내렸다는 말을 다른 북한 관리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방북 목적과 관련, 파산 상태에 빠진 금강산 관광 사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한 뒤 이와 관련해 북한보다 남한에서 장애물이 더 많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complained)고 스티븐스 대사는 외교전문에 적었다. 김 위원장은 현 회장과의 만남에서 남북관계와 관련, 남한의 통일부가 밀려나고 북한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고 투덜댔으며(groused) 남북관계가 어려움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상호불신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명박 정부가 왜 전 정권의 남북대화 경험을 이용하지 않느냐고 현 회장에게 물어 햇볕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현 회장이 정부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지 않았다며 "통역 상 오류로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또 중국을 믿지 않는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전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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