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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긴급조치 1호' 위반자 첫 형사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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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긴급조치 1호' 위반자 첫 형사보상

입력
2011.01.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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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시절 '대통령 긴급조치1호'로 처벌받고 재심에서 면소(免訴) 판결을 받은 사람도 국가로부터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의 첫 결정이 나왔다. '긴급조치 1호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최근 대법원 판결에 따른 후속 결정으로 유사 신청이 잇따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 박홍우)는 긴급조치 1호 위반죄로 구속 기소돼 323일간 구금됐다 풀려난 뒤 재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은 황모(58)씨 등 8명에게 국가는 모두 4억1,500만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황씨는 경북대 재학 중이던 1974년 유신헌법에 반대하거나 긴급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결의하고 선전문을 배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10년이 확정됐으며 2009년 12월 재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았다.

이번 결정은 긴급조치 위반만으로 면소 판결을 받은 사건에 대한 첫 형사보상 결정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법원은 그동안 긴급조치가 합헌이라는 전제 아래 이 법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들이 신청한 재심 사건에서 '관련법이 폐지됐으므로 면소'라고 판결해 왔으며, 무죄가 아니라는 이유로 형사보상 대상에서도 제외해 왔다. 형사보상법은 원칙적으로 재심 등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의 억울한 옥살이를 보상하겠다는 취지의 법률로, 유ㆍ무죄 판단을 하지 않는 면소는 법리상 보상을 받을 길이 없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1호는 위헌'이라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형사보상법 단서 조항에서 긴급조치 위반 사건 피해자들의 형사보상 해법을 찾아냈다. 해당 법 25조1항은 '면소를 받은 자가 면소가 아니었다면 무죄를 받을 명백한 이유가 있었을 때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황씨 등이 재심에서 면소를 받은 사건은 최근 대법원 판결을 따를 경우 면소 판결을 하지 않았더라면 무죄를 받을만한 현저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황씨 등이 면소 판결을 받은 해에 적용했던 구금 일수 하루당 최대 보상액인 16만원 등을 기준으로 보상액을 산정했다.

이로써 황씨처럼 순수하게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재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도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그간에는 긴급조치 1호 위반에 더해 국가보안법이나 계엄법 위반 등으로 함께 기소됐다 재심에서 긴급조치 외의 혐의가 무죄 선고됐던 피해자들은 형사보상을 받았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따르면 긴급조치 1~9호 위반으로 기소된 사람은 589명에 달한다. 긴급조치1호는 천재지변이나 재정ㆍ경제상 위기,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 정지하는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는 유신헌법 제53조에 따라 1974년 1월 8일 선포됐다. 유신체제에서 맹위를 떨치던 이 악법은 1980년 제5공화국 헌법 공포로 유신헌법이 폐지되면서 효력을 상실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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